시련·아버지, 나를 키워 준 2가지 스승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4.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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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컴퍼니]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

작가 칼 힐티는 "고난은 장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힘든 시련을 겪으면 사람은 한층 더 성숙해지는 법이다.

국내 전기압력밥솥 시장 1위를 넘어 글로벌 가전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는 쿠쿠홈시스의 구본학(40) 사장. 그는 젊은 최고경영자(CEO)임에도 유달리 혹독했던 지난 어려움을 헤쳐 나오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시련·아버지, 나를 키워 준 2가지 스승


#고난



구 사장은 이 회사 창업주인 구자신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에서 회계사로 활동하던 그는 199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 쿠쿠홈시스는 성광전자라는 사명으로 대기업에 제품 전량을 납품하고 있었고, 구 사장은 순탄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갑자기 확 달라졌다. 대기업이 납품량을 대폭 줄였고, 연이어 IMF 외환위기까지 터졌다. 1997년 공장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정도였다. 자체 유통망이 없다보니 외부의 상황 변화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최대의 위기였다. 당시 구 회장은 전자부품 제조로 사업을 전환할 생각까지 했다. 구 사장은 부친을 설득해 1998년 초 독자 브랜드를 출시키로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상황에서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수로 그해 11월부터 중소기업으로는 막대한 금액인 50여억원을 광고에 투입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품질력이 고객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국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회사가 어려웠을 때 직원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했던 경험이 가장 큰 제 자산입니다.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해 외형적인 지식은 갖췄다고 하더라도,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력은 당시에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구 사장에게 시련이 학교였다면 스승은 아버지인 구 회장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구 회장은 1978년 설립한 성광전자를 20여년 간 쌓아올린 품질과 추진력으로 매출 3000억원 대의 중견 가전회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구 사장은 이런 부친에게서 자주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회장님은 사고방식이 젊어 대부분 긍정적인 결론을 내시죠. 저에게 '왜 이렇게 보수적이냐'며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특히 인재를 활용하거나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듣습니다."



구 사장은 2006년 1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지가 이제 1년 6개월가량 된 셈. 대표 취임 후 달라진 점을 물었다. "최종 판단을 해야 하니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과거에 최종 수비수였다면 이제는 골키퍼가 된 느낌입니다."

# 도약

쿠쿠홈시스는 밥솥 외에 가습기 등 소형 가전제품을 출시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내 밥솥 시장 1위가 구 회장의 몫이었다면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은 구 사장의 몫이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격 진출한 지 2년쯤 됐습니다. 동북 3성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상하이에서는 유명백화점에 입점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을 통해 흘러들어간 제품이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쿠쿠밥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 들를 때 특정 모델을 찾기도 할 정도로요. 품질력을 인정받는 것이니 참 흐뭇하죠."

꿈을 물었다. "몇년 전 대만에 가서 보니, 수입다변화 품목이 다변화되면서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를 필립스나 테팔과 같은 세계를 누비는 회사로 키워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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