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정한 현대그룹의 올해 최대 화두는 '성장'과 '변화'다. KCC 현대중공업 등과 경영권 분쟁에 소진한 역량을 성장엔진 확충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해운업과 증권업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를 구가해왔지만 업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한 안전판은 갖추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매출 약 5645억원)는 규모가 작고 비상장회사인 현대아산의 남북경협사업은 대북관계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꺼내든 카드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5조6490억원, 영업이익 3620억원을 올린 현대건설을 그룹으로 가져올 경우 그 자체로 성장동력도 확충된다. 아울러 상선과 건설을 두 축으로 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가 갖춰지면서 대북사업 등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가능하다. '일석사조'인 셈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재 현대그룹의 주요 사업인 종합물류, 운송기기 제조, 금융, 대북개발 등과 연계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특히 대북사업에 활용할 경우 북측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 참여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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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외에 기존 사업분야에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핵심은 현대상선을 종합물류회사로 업그레이드하고 현대증권을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중국 베트남 인도 남미 남유럽 지중해 흑해 등 신규항로에 진출했으며 2010년까지 국내 최대규모인 8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 등 컨테이너선 18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 신항만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전용 컨테이너 터미널을 발판으로 삼아 해운회사에서 종합물류기업으로 변모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내년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맞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업무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운용업진출추진본부'와 '연금신탁본부'를 신설해 자산관리영업과 IB, 자기자본투자(PI), 퇴직연금 등 핵심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 회장은 "과거 성공법칙에 안주하거나 기업의 연륜만 믿고 가만히 앉아 익은 과실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며 현대그룹 전 계열사들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