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취약해진 시장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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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1800 박스권..당분간 호재 기대 어려워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가 당초 일정(18일)보다 앞당겨서 2001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을 입었다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뉴욕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지난 주말 제너널일렉트릭(GE)의 어닝쇼크가 워낙 컸던데다가 수요일부터 사흘간 나올 금융회사 실적에 촉각이 곤두서있는 상태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소폭 하락하는 정도로 흘러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이후 다우지수가 주초인 월요일에 하락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것도 주말을 전후로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것은 시장 취약성을 대변하는 일이 된다.

이번 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JP모간, 메릴린치, 그리고 씨티그룹은 S&P500지수 금융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번 실적을 발표했던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리먼브러더스가 S&P500 금융업종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이 7.1%였던 것에 비해 이들 3개 은행의 비중은 15.5%로 2배가 넘는다.



문제는 지난 3월20일 추정치에 비해 이들 은행의 실적 예상치가 모두 악화되고 있어 미국 금융업종지수와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메릴린치는 씨티그룹의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기까지 했다.

톰슨 파이낸셜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1분기 실적 추정치가 -11%에서 1주일만에 -14%로 하향 조정됐다. 와코비아 은행의 실적에서 보듯 금융주 실적이야 워낙 나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금융주 이외 기업들의 실적이 경기 하강 영향을 받으면서 1주일 전의 예상치마저 밑돌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의 실적은 좋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전후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어김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양호한 실적 전망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의 2008년 EPS 추정치가 연초 이후 각각 8.52%와 6.42% 상향 조정되었는데, 이들 업종의 주가가 각각 18.46%와 5.13% 상승하면서 실적 전망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시가총액 비중이 9%선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11.3%까지 상승하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경우 늘어난 비중만큼 좋든 싫든 삼성전자를 끼워 넣었어야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지수 추종을 위한 삼성전자 매수가 끝났다면 더 이상 주가 상승을 위한 재료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대기매물이 쌓여 있어 오를 때마다 상당한 에너지 결집을 필요로 하는 중국 관련주에 비해 IT와 자동차 업종은 비교적 물량이 가볍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 선호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IT나 자동차 관련주가 확실한 주도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수요측면이나 실적개선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할 지 모른다.

경기선인 120일선에 막힌 뒤 하락세로 돌아선 이번 조정이 길어지게 되면 지수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펀드 환매를 미루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환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따라서 당분간은 새로운 시세를 기대하기보다 1600~1800p의 큰 박스권 인식이 최선일 수 있다. 이 경우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위치한 현재 시점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 추가하락에 대비한 매도 중심의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가 매수를 생각하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종목별로 지지선과 기술적으로 추세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종목별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가격이 싸더라도 추세가 무너진 종목에 대한 접근보다는 추세가 살아있는 종목의 상승확률이 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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