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와코비아'…하락폭은 축소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1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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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지난주말 GE이어 '어닝 쇼크'..금융주 중심 하락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뉴욕 증시가 이틀째 하락했다.
그러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실적쇼크로 다우지수가 256포인트나 떨어졌던 지난주말에 비해 급락세는 다소 진정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3.36포인트(0.19%) 떨어진 1만2302.06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51포인트(0.34% 하락한 1328.3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42포인트(0.63%) 내려간 2275.82로 각각 마감했다.



지난주말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로 뉴욕증시는 장초반과 중반한때 상승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가 예상 밖의 분기 손실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발표하면서 증시에 '어닝쇼크'를 줬다. 메릴린치는 씨티그룹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금융주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됐다.

그러나 지난주말 GE의 부진한 실적 발표로 인한 시장급락으로 투자자들이 실적 부진에 대해 '각오'가 돼 있는데다, 유가인상에 따른 에너지 관련주의 상승 등으로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3월 소매판매 실적이, 휘발유값 상승에 따른 효과이긴 하지만, 예상외로 호전되면서 '완충작용'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소매판매(계절조정치)가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0.0%를 상회하는 것이다.



애벌론 트레이딩의 피터 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E와 와코비아가 시장 분위기를 침체시켰지만, 기업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주가에 이미 상당히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투자 전략가 데이빅 코친은 "상당수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심각한 수준이고 지난주 GE의 어닝쇼크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생각보다 '어닝쇼크'가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는 등 시장 전망이 엇갈렸다.

◇금융주 하락, 와코비아 촉매


지수 약세의 선두에는 금융주가 자리했다. S&P500 구성종목 중 금융업종 지수하락폭이 2.5%로 가장 컸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씨티가 3.6% 하락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5%, 뱅크오프 아메리카 3.7% 등 금융 권역별 대표주자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당초 금주 중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던 와코비아가 일정을 앞당겨 실적을 내놓으면서 금융주와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와코비아는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관련 피해로 1분기 3억9300만달러(주당 20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8.13% 급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와코비아는 23억달러(주당 1.20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와코비아가 1분기 7억15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1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한 와코비아는 분기별 주주 배당금도 기존의 64센트에서 37.5센트로 삭감했다.
와코비아는 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7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메릴린치의 실적 전망 하향이 악재가 됐다.
메릴린치는 이날 씨티그룹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가이 모츠코브스키는 소비자금융 위축과 자본시장 성장세 둔화로 인해 씨티그룹의 올해 주당 순이익(EPS)이 0.1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P 업종 지수 가운데 정보기술(IT)주가 0.68% 하락, 금융주 뒤를 이었다.
15일 실적을 발표하는 인텔의 주가가 2.6% 미리 빠졌다.



유럽 최대 가전 및 엔지니어링 그룹 필립스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75% 급락했다고 발표, 지난주말 최대 경쟁사인 GE의 실적쇼크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로인해 주가는 2.7% 떨어졌다.

반면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엑손모바일이 1.22% 오른 것을 비롯, 에너지 업종이 2.3% 상승했다. 통신업종도 0.2% 오르는 강세를 유지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미국 2위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서킷시티가 세계 최대 영화대여 체인 블록버스터의 인수 제안으로 27.4% 급등했다. 블록버스터는 지난달 서킷시티에 주당 최소 6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블록버스터 주가는 10.2% 급락했다.



◇ G7 '우려' 효과 "별로"...달러 보합권, 유가 반등

서방선진7개국(G7)의 약달러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유가는 배럴당 111달러대로 재진입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 인도분 선물은 지난주말에 비해 배럴당 1.62달러 오른 111.76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111.99달러까지 치솟아 지난주말 기록한 장중 최고가 112.21달러를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주말 G7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장들은 회의를 갖고 달러 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오히려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 누출로 멕시코만에서 미 중서부로 이어지는 캐플린송유관의 운영이 중단된 것과 이탈리아 최대 석유업체 에니SPA가 폭발사고 이후 나이지리아 내 일부 유정을 폐쇄한 것도 유가 오름세에 기여했다.

이날 오후 3시56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5804달러로 전날의 1.5828달러 대비 소폭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오전장에서는 오히려 달러화가 전날에 비해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은 101.02엔으로 전날의 100.87엔 대비 상승했다. 이는 미 증시가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약세를 이어가면서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여건이 형성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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