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는 시카고 커브스?"…이멜트 '시험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1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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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화려, 실속 없어"..'실적 쇼크'로 '재평가론' 대두

세계 최대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사진)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주말 예상 밖의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이후 월가에서는 이멜트 회장의 신뢰도와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언론도 2001년 9월 잭 웰치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이멜트 회장의 경영 성과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취임후 주가 19% 하락, S&P 22% 상승과 대비



"GE는 시카고 커브스?"…이멜트 '시험대'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GE가 지난 11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이후 이멜트 회장에 대한 투자자들과 월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GE는 지난 11일 1분기 순이익이 43억6000만 달러로 6%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미 증시에 충격을 줬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44센트로 월가 전망치 51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은 422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8% 상승했지만 GE가 당초 전망했던 44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12월 "올해(2007년 순이익 증가율이 10%를 기록, 주당 2달러42센트의 순이익을 낼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멜트 회장은 불과 한달전인 지난달13일에도 이같은 실적전망치를 고수했다. 따라서 GE의 실적이 월가에서는 '어닝쇼크'차원을 넘어 '배신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하디스티 자산운용의 제임스 하디스티 대표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멜트 회장은 벌칙을 받아야 한다"고 분개했다.

9.11이 발발하기 4일전 잭 웰치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받은 이멜트회장은 재임기간중 위험관리에 주력해왔다. 유가 급변동에 민감한 플라스틱 사업부문을 매각하는등 매출규모로 5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팔았다. 대신 발전, 금융 부문을 강화, GE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낮은 배당과 저수익 사업부문에 대한 시장의 우려 등으로 인해 이멜트 취임 후 GE의 주가는 19% 이상 하락,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 22%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을 올렸다.

◇ 이멜트 저자세 불구, "재평가 필요"견해 대두



지난주말 실적발표 이후 열린 이멜트회장 주재 컨퍼런스 콜에서 모건 스탠리의 스캇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6년간 GE를 커버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뒤 "GE는 시카고 커브스 팀과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늘 '내년에는..내년에는...'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메이저 리그 야구 명문 구단이면서도 1908년 이후 100년 동안 한번도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커브스처럼 이름만 화려했지 투자자들에게는 안겨준게 없는 기업이라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그는 "GE 주가상승률은 이번에도 S&P지수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데 주주 입장에서는 당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멜트 회장은 이익중심의 경영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다시 없도록 하겠다"고 머리를 수그려야 했다.

이멜트 회장의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헌팅턴 투자자문의 선임 펀드매니저 피터 소렌티노는 "이멜트 회장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 됐다"며 "GE이사회는 회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GE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의 딘 드레이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 악화와 이익목표치 하향은 GE의 '신용 우려'를 키웠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도 투자의견을 '시장 상회'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니콜 패런트 애널리스트는 GE의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벗어났고 실적부진이 전 사업부문에 걸쳐 확산됐다고 하향 이유를 밝혔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실적에 대해 자신했다가 갑작스런 '어닝쇼크'를 발표한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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