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65세 룰'지켜 형제경영 전통 이을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4.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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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에 이목 집중

전투적 M&A로 급격한 몸집불리기에 성공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차후 경영권 승계를 놓고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이후 유일한 우애경영을 펼치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잡음 없는 형제경영은 박인천 창업자의 경영원칙과 2세들이 충실히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금호, '65세 룰'지켜 형제경영 전통 이을까?


◆합의경영 지속하는 끈끈한 형제애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의 형제애 원칙에 따라 1984년 장남인 박성용 씨가 금호그룹 회장(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취임했다. 박성용 회장은 예일대 박사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과 경제기획원 장관 보좌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등 관계와 학계에 두루 몸을 담았다.



박성용 명예회장은 금호그룹의 본격적인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내에서 제2민항 선정작업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아시아나항공 설립 허가를 이끌어낸 것은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중국의 잠재력에 일찍 주목하면서 한ㆍ중우호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중국 진출의 주춧돌을 놓은 것도 박성용 회장이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박성용 회장은 1993년부터 동생인 정구 씨에게 회장자리를 넘기겠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실제 1996년 그룹 창사 50주년을 맞는 해에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며 선친의 뜻에 따랐다.



형에 이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은 박정구 3대 회장은 외형성장과 구조조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난제를 훌륭히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운송ㆍ화학 중심이었던 그룹 사업을 다각화했다. 아주생명(현 금호생명)을 인수해 보험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전국 각지에 콘도를 개장하며 관광ㆍ레저사업을 확대했다.

형인 박성용 회장에 이어 중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중국시장 확대를 추진한 것도 박정구 회장의 업적이다. 그는 항공ㆍ타이어ㆍ고속버스분야를 중심으로 척박했던 중국시장을 쟁기질했다. 천진(텐진)ㆍ남경(난징) 등에 금호타이어 공장이 세워진 시기도 박정구 회장 시절이다.

재임시절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박정구 회장에게는 도전이자 기회였다. 그는 계열사간 합병ㆍ지분매각ㆍ청산 등을 통해 한계사업과 비주력사업부문을 과감히 접으며 도약의 기틀을 잡았다. 1997년 말 966%에 달했던 그룹 부채비율을 낮춘 것도 박정구 회장이다.


화려했던 업적과는 반대로 박정구 회장은 형이 자신에게 물려준 65세라는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하고 경영권은 삼남인 박삼구 현 회장에게 ‘평화적’으로 이양된다.

박인천 창업자의 경영원칙은 네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분란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남자에게만 지분을 상속하고 ▲5남 가운데 관계에 진출한 종구(4남)를 제외한 성용(작고), 정구(작고), 삼구, 찬구가 합의해 회장을 선임한다. 의결사항이 있을 경우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 시 다수결로 하며 이 때에도 결정이 안날 경우 손윗사람의 의견에 따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자의 경영원칙 외에도 금호아시아나에는 또 다른 전통이 있다. 이른바 ‘65세 경영 승계’ 법칙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금호아시아나의 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65세를 기점으로 이뤄졌다. 장남인 고 박성용 2대 회장은 65세가 되던 1996년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넘겼다. 박정구 회장도 65세가 되던 2002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레 삼남인 박삼구 현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

◆박삼구 체재, 굳건해진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은 뛰어난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해 한번 결정하면 물러서지 않는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다. 또 재무분야에 능통해 돈의 흐름을 잘 읽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신성장동력으로 M&A를 선택하고 시공순위 1위의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함과 동시에 금호아시아나의 기업문화와 접목해 시장에 안착시켰다.



또한 금호고속-아시아나항공-금호렌트카로 이어지는 물류계열사의 재도약도 이끌어 냈다. 당시 매물로 나왔던 대한통운 인수도 무리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류분야에서 1위자리를 확고히 하기위해 추진, 성공해 냈다.

지주사 체제 전환도 박삼구 회장이 신경 쓰는 과제 중 하나다. 그룹 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을 양대 지주회사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처음으로 항공업계 라이벌인 한진그룹을 제쳤지만 자금력 약화로 다시 순위를 빼앗길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4월3일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며 11위에서 8위에 올랐다. 그러나 경쟁그룹인 한진과의 자산차이가 4000억원에 불과해 이미 대형 M&A로 기력이 쇠진한 금호아시아나의 재계 순위 유지도 올해 볼만한 한 구경거리다.



◆박삼구 회장 ‘경영 승계 룰’ 지킬까

박삼구 회장은 내년이면 65세가 된다. 법칙 아닌 법칙이 된 ‘65세 법칙’에 따른다면 박삼구 회장은 내년 그룹 총수의 자리를 내놓게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재계에서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성공적인 안착과 박삼구 회장의 사업의지로 볼 때 박 회장이 ‘65세 법칙’에 따를 확률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삼구 회장이 취임 초기 구조조정 기간에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직원 감축없이 그룹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데다가 건강 문제도 특별한 것이 없어 회장직 수행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65세 룰’을 따른다면 누가 경영권을 승계받을까? 만약 내년에 경영권을 넘긴다면 5남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이어받는 것이 수순이다.

금호, '65세 룰'지켜 형제경영 전통 이을까?
박찬구 회장은 10여년 간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비전경영실의 사장을 겸직하면서 그룹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안들을 형과 함께 챙겼다. 또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맡아 세계적인 기업군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전략경영본부 전략경영담당 상무가 형제 경영이라는 ‘금호 전통’을 깨고 5대 회장이 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단숨에 재계 순위를 올려놓은 박삼구 회장의 업적을 고려할때 박 회장의 아들인 박 상무가 그룹 내 3세 가운데 가장 경영권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1975년생인 박세창 상무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근무하며 사회경력을 쌓았다. 2005년 미국 MIT에서 MBA를 취득하고 금호타이어 전략담당 부장으로 입사해 현재는 그룹 전략경영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금호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합병 시너지 기획안 작성과 인수금융 설계ㆍ조달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 3세 가운데 공헌도가 가장 높은 상태다.

금호, '65세 룰'지켜 형제경영 전통 이을까?
금호그룹의 3세대는 박성용 회장의 장남 재영 씨와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 씨,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의 아들 준경 씨가 있으나 경영권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65세에 맞춰 경영 승계를 할 것이라는 그 어떤 근거도 없다”며 “경영권에 대해 언급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전통적인 형제 경영이 박삼구 회장 이후에도 이어질지 그룹 내 최초의 3세 총수가 탄생할지 여부는 아직도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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