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펀드도 상투 잡았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4.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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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정점때 가입 최고조…운용사도 '답답'

주식투자에서 '상투를 잡고 바닥에서 파는' 개인투자자의 모습이 펀드투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과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고 하락추세로 접어들었지만 국내외 주식형펀드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후 한동안 횡보하던 증시가 1월에 추가 급락했지만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6조원 늘어 2005년 3월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물론 이때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한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맛봐야 했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관심을 모은 농산물펀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006년 11월에 설정된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 펀드 설정액의 절반 이상은 올 들어 유입됐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 펀드의 설정후 수익률은 31.10%에 이르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8.27%에 불과하다. 지난 2월에 출시된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파생 1CLASSA'의 경우 설정후 수익률이 -6.28%에 그치고 있다. 펀드가 출시된 이후 밀, 대두 등 국제 농산물가격이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항상 펀드 수익률이 정점을 지날때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오는데 양심상 고민을 하게 된다"며 "이제부터 손해 볼 일만 남았지만 돈이 들어와야 돈을 버는 입장에서 오는 돈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수익률이 가장 좋은 시점에 유망펀드로 언론에 소개되면 그때서야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오지만 자칫 베트남펀드처럼 '연못 속의 고래'가 될 수도 있다"며 "판매사로서는 당시에 가장 인기있는 펀드를 판매하는 것이 자금유치에 유리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고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운용사 마케팅담당 임원은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펀드판매 방식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가입시 충분한 상담을 통해 위험을 주지시키고 포트폴리오 분산 등을 유도해야 하는데 미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통법 실시 이후 판매채널이 다양화되고 운용사들이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이 같은 문제점들이 점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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