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직원 "일손이 안 잡혀요"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2008.04.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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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잇단 사의… 후임자에 더 촉각

"기관장 일괄사표 얘기가 나온 뒤부터 직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A 금융공기업)

"다른 회사 동향을 확인하는데 정신이 없고, 업무 보다 후임 인사에 관심을 보이는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B 금융공기업)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일괄사표를 받기로 했다는 방침이 전해진 후, 대상에 오른 기관장의 조직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정권 말기 정책집행 능력이 약화되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일괄사표 얘기가 나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CEO의 지시가 일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각종 현안이 쌓여있는데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곧 있으면 하반기 영업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CEO)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라 실무 부서에서도 움직이려 하질 않는다"며 "정부가 빠른 시일내 확실한 방침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의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여권 실세 등 정치권 인사 뿐 아니라 대통령과 가까운 학계 인사들의 움직임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여러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금융 공기업 직원들이 수장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관장의 비중이 민간 기업 CEO 못지 않은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핵심 역량은 인적 인프라에 있고, 그만큼 경영전략을 확정하는 CEO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권이 '일괄사표' 방침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 공기업을 새 정부 '코드'에 맞춰 일신하겠다는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지만 전문성이 중시되는 금융공기업에 일반 공기업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의 경우 상장 회사가 많다는 점에서도 CEO 교체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주주 권익에 관한 문제 뿐 아니라 자칫 또 다른 관치금융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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