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물건도 다이어트가 필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04.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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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이로운 소비]<2-2>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편집자주 세상엔 두 가지 소비가 있습니다. 환경 혹은 사람에게 해로운 소비, 환경 혹은 사람에게 이로운 소비. 우리 주변을 조금 돌아보면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내게 이로워 남에게도, 세상에도 이로운 소비를 제안합니다.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br>
ⓒ홍봉진 기자↑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홍봉진 기자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가 2003년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지상 최대 벼룩시장을 열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이틀 동안 20여만명이 모여 들었다.

예상 이상으로 몰려든 인파는 자원봉사자들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손숙(64)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해요, 선생님, 사람들이 물건을 그냥 집어가요."

손 대표가 답했다. "놔둬요. 필요하니까 가져가겠지. 이것도 어려운 사람들 돕자는 하는 일이잖아요."



'아름다운가게 물건은 훔쳐도 된다'고 한 말이 아니다. 물건, 물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속뜻이다.

손 대표는 "이것이 진짜 환경운동, 생활운동"이라고 생각하고 2003년, 아름다운가게에 참여했다.

그는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씨, 넝마공동체의 윤팔병 대표, 금강장학재단의 홍명희 이사장과 함께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연극배우로, 전 환경부 장관으로, 결혼정보업체 '웨디안' 대표로, 바쁜 삶을 사는 그에게 5년째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물었다.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는 것, 가게가 늘어나는 것이 행복해서"라고 그는 답했다.

"지난해에 우리 가게에서 4700여명이 자원봉사를 했어요. 돈도 많은 아줌마들이 뭐가 좋아서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본인이 행복해서 오는 것이겠죠? 저도 그래요."

이런 활동은 그에겐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남 어려운 지 모르는 것, 이기적인 것'이 문제이고 걱정거리다.

"둘째 아이가 어려울 때 반 친구가 공납금을 못 낼 형편이라고 해서 대신 내준 적이 있어요. 도시락 2개 싸준 적도 있고요. 제가 남 달라서 그렇게 한 게 아녜요. 이런 일을 하는 게 예전엔 일상이었어요."

여전히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상을 산다. 동네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도 일상이다. 그런 그를 그의 딸은 '청소부'라고 놀린다.

"언젠가 김성수 성공회 주교님께 퇴직하면 뭐하시겠냐 물으니까 '나? 공원에 가서 휴지 줍지' 라고 하세요. 저도 더 나이 들면 아예 집게와 망태를 사서 들고 다니려고요."

그는 "예전에 넝마주이라고 불리던 분들이야말로 재활용의 최첨단을 걷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가 서로 알아야 합니다. 우린 너무 많이 버려요.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덜 가져도 충분히 살 수 있어요. 물질뿐 아니라 욕심을 많이 가진 게 문제입니다. 마음도, 물건도 다이어트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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