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의 종언' 그 논란의 끝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4.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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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개입, 고비 넘겨…건전자산 쌓기가 관건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파산 일보 직전이란 사실을 고백하고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킨지 한달이 지났다.

'신용위기의 종언' 그 논란의 끝은?


최근 월가에서는 슬슬 "신용위기의 종료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신용위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존 맥 모간스탠리 CEO도 "글로벌 신용위기가 야구로치면 9회초(top of the ninth)에 들어섰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신용위기가 끝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 막 신용위기의 종료단계가 시작된 것일까.

◇ 위기 종료의 신호탄인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베어스턴스 사태가 신용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기관들의 건전한 자산 쌓기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베어스턴스가 지난달 중순 막 부도가 나려는 순간에 연준은 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며 이를 막았다.

연준은 긴급 자금을 동원해 이를 막고 JP모간체이스의 매각을 중재했다. 연준은 이와 동시에 투자은행에게도 재할인 시장의 문호를 열며 직접 대출을 시작했다. 연준의 이러한 정책 실행은 베어스턴스의 실패와 맞물려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특히 지난달 16일이 일요일로 금융시장이 쉬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 발빠르게 움직였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최근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서 "아시아 시장이 문을 열기전에 대책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투자자들은 베어스턴스의 뒤를 이어 리먼브러더스를 또 다른 희생양으로 꼽았다. 대부분 트레이더들은 모기지 자산 비중이 컸던 리먼브러더스가 베어스턴스의 뒤를 이어 실패 대열에 오를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일보직전에서 연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 역사적인 연준의 정책 효과 만점

증시는 이후 "더 이상 실패는 없다"고 안도하며 상승세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3월 중순이후 글로벌 증시는 대략 10% 가량 상승했다. 금융시장의 회복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물론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가능한지 여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투자은행에 대한 직접 대출 결정은 시장에 큰 효과가 있었다. 베어스턴스 위기 이후 월가 투자은행들과 상업은행들은 대거 연준으로 몰려가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이들의 자금 사정을 회복시켰다.

연준이 재할인 창구를 투자은행에게도 공개한 것은 역사적인 결정이다. 연준이 이제 일반 상업은행 뿐만 아니라 투자은행의 최종 실패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 같은 대출 확대는 시장에 더 이상의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이 없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줬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기관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도 낮아졌다. 씨티그룹 채권과 비슷한 만기를 가진 재무부 채권의 스프레드는 한때 0.1%p에 불과했지만 신용위기가 터진후 2.5%p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의 스프레드도 크게 낮아졌다. 이는 증시의 신뢰가 돌아왔다는 또 다른 신호이기도 하다.

◇ 위기는 남았다

그러나 스프레드는 지난주부터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씨티그룹, UBS, 바클레이, 메릴린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 금융기관의 CDS도 여전히 올 초보다 높은 상황이다.

신용시장이 베어스턴스 사태를 정점으로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회복 속도는 늦은 편이다.

단기자금시장도 마찬가지다. 통상 리보금리(런던은행간대출금리)는 정책금리를 소폭 상회하며 매우 안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리보금리는 정책금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신뢰가 결여돼 있다는 증거다. 스프레드는 베어스턴스 위기 이후 줄어들다 지난주부터는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지난 1월 초에 비해 두배나 크다.

물론 은행간 대출 여건은 지난해 말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조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스프레드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레벨3' 자산이 지난해 말 이후 823억달러로 무려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레벨 3' 자산은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위험한 자산을 뜻한다. '레벨3' 자산은 그만큼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다. 이는 여전히 시장 상황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있다.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갖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실적 악화도 시장에 우려를 안겨주는 요인이다.

◇ 건전한 자산 쌓기 노력 나서야

금융 시장이 무질서한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신뢰는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은행들은 대출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추가로 상각을 반영해야 한다.

은행가들의 격언인 "부실 자산은 항상 좋은 시기에 만들어진다"는 진리는 사실로 확인됐다. 대신 닐 소스 크레디트 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건전한 자산은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진다"고 이를 뒤집어 강조했다.

베어스턴스가 신용위기의 종료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보다 건전한 자산을 쌓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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