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량 유지 약속 OPEC, 슬그머니 감산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4.12 12:55
글자크기
석유 생산량 동결을 약속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서서히 줄여 나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OPEC 핵심 13개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지난달 273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의 1월과 2월 일일 산유량은 각각 2760만 배럴, 2780만 배럴로 올해 들어 일일 산유량은 매달 20만 배럴 이상 줄어들고 있다.



최근 감산은 OPEC 대표들이 석유 생산량 유지를 약속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지난 8일 생산량 동결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사우디 석유자원부 최고회의가 사우디를 방문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참석한 회담에서 "사우디는 OPEC국가들과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혀 증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주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은 "우리는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원유를 시장에 덤핑가격으로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산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OPEC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은 줄어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 1월부터 감소해 현재는 2월 생산량과 같은 수준인 920만 배럴을 유지하고 있다. 점진적인 증산 계획을 밝히는 한편 실제로는 가격을 올리기 위한 감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IEA는 다음달부터 산유국들이 유가를 높이기 위한 감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계절적 수요 감소로 OPEC의 공식 생산량 발표와 실제 생산량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IEA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이 계속 진행될 경우 지난주 한 때 배럴당 112.21달러까지 치솟은 유가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OPEC은 미국의 석유 수요 감소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미국에서 석유 소비량은 정체돼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올 여름 미국의 에너지 수요는 1991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IEA도 올해 세계 원유 하루 평균 수요가 36만 배럴 감소한 872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IEA는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가 미국의 수요 감소분을 보충해 세계 석유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3센트 오른 배럴당 110.14달러로 마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