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롱텀 주식펀드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04.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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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돈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신생 자산운용사의 사운을 걸고 간판 펀드로 키우겠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월1일 설정된 '프레스티지 롱텀 주식펀드'(이하 롱텀펀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후 출시한 첫번째 공모펀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앞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간판펀드로 키우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표는 미래에셋이 '디스커버리펀드'를 발판삼아 국내최대의 자산운용그룹으로 도약한 것처럼 '롱텀 펀드'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종목만 투자

박 대표가 사운을 걸고 운용하겠다고 밝힌 '롱텀 펀드'는 명품 우량주식(프레스티지)을 3년 이상 장기투자(롱텀)하겠다는 '우량주 장기투자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물론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한다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기존 펀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대부분의 정통 주식 성장형펀드들이 대형우량주 위주로 장기투자하겠다는 철학을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용전략에 들어가면 기존 주식펀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롱텀펀드는 시가총액 상위 100권 이내의 대형주에만 투자한다.

중소형주까지 분석하기에는 역부족인 신생 자산운용사의 인력한계와 시가총액 100위권 종목들이 국내 증시의 8할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이 같은 운용전략을 채택했다는 것. 증권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100위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국내증시의 78%, 1위에서 30위는 51%에 달했다(2007년12월31일기준).

운용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롱텀펀드는 시가총액 100위권 종목 중에서 향후 5년 안에 30위 안에 진입할 종목을 발굴,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시가총액 1조원 규모의 종목이 5년 안에 7조원 즉 600% 이상 상승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류재천 주식운용본부장도 이런 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하늘의 별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2000년들어 이 같은 사례가 적잖게 있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중공업과 NHN이다. 2002년말 시가총액 30위였던 현대중공업은 5년만인 2007년말 3위로 도약했다. NHN도 같은 기간 94위에서 21위로 시총순위가 껑충 뛰었다. 현대중공업과 NHN은 5년만에 각각 2223%와 2935%의 천문학적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따라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제2, 제3의 현대중공업과 NHN 발굴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후발주자로서는 파격적으로 리서치 인력을 4명이나 채용했다. 이들에게 시가총액 30위권으로 진입할 '진주'를 캐는 업무를 맡기고 있다.



매출액과 MS 성장률을 중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매출액과 시장지배력이 급증하는 종목이 '황금거위'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R&D(연구개발)나 마케팅 능력으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수익사업을 통해 매출액을 늘려나가는 종목을 찾는 데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성장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시가총액 순위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실제로 롱텀펀드는 시가총액 3위인 현대중공업을 한 주도 편입하지 않고 있다.



류 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을 매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과거 5년간 보여줬던 주가 고공행진을 5년 후에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서"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시가총액 30위권 종목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5년 후에도 업종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거나 각종 규제완화 등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은 사들이고 있다.

현재 이같은 기준에 부함되는 종목이 바로 한국전력. 정부의 요금규제로 단기간에 큰 폭의 주가반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5년 안에 규제가 완화될 경우 현대중공업이 걸었던 길을 밟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성장주 중심의 운용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어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박종규 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잠재된 미래성장성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읽어내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의 순이익 추정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되는지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연구기관의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국내연구기관의 산업별 트렌드에 관한 보고서를 깊이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등 증권사 위주 판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아직 설정된 지 두달밖에 안 됐기 때문에 운용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시가총액 100위권 이내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중소형주까지 투자하는 일반 주식펀드와 차별된다"고 평가했다.



롱텀펀드는 설정이후 6.4%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4월8일 기준). 설정액은 아직 미미한 수준인 307억원대. 류 본부장은 "설정된 지 두달밖에 안돼 수익률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신규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주식편입비율을 7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조정도 예상되고 3년 이상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있어 성급하게 주식을 매수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롱텀펀드는 현대증권, 유진증권, 키움증권 등에서만 판매 중이다. 1년이상 성적을 요구하는 은행에서는 아직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 현대차IB증권과 한국증권 등 판매채널을 확대, 좀 더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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