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 확산… 방역당국은 '뒷북'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4.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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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건 중 8건 고병원성 확인, 전남으로까지 확산 추세

4월들어 첫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북 지역에 이어서 전남에서도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등 전남·북 지역 전체 농가가 'AI 공포'에 떨고 있다. 당장 해외 수출길이 막혔고, 닭·오리 관련 산업 매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AI가 발생한 원인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좀처럼 AI 확산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퍼지는 AI 공포=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전북 김제에서 최초 AI가 발생된지 10여일만에 발생지역은 전북 정읍, 고창, 전남 영암 등 4곳으로 늘었다.

그 사이 모두 22곳의 닭·오리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8건이 사람에게까지 감염이 가능한 고병원성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제와 정읍지역 농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지만 전날에는 한참이나 떨어진 영암에서도 AI가 양성반응이 나타나는 등 AI가 전남으로까지 번질 기미다.

방역당국은 AI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76만8000마리의 닭·오리를 살처분하고 2300만개의 달걀을 폐기했다. 또 AI 발생 인근지역의 가금류를 이동통제하고 방역작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AI를 차단하는데 연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정부가 올해 살처분 보상금으로 책정해 놓은 700억원이 조기에 소진돼 예비비를 끌어다 써야 할 형편이다.


'뒷북' 방역=김제 용지면 산란계 농장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방역당국은 다소 느긋한 표정이었다. 봄철에 처음으로 AI가 발생해 의아하기는 하지만 조기 신고가 이뤄진데다 방역작업도 신속하게 진행돼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AI 확산세는 잡히지는 않고 도리어 지난 7일부터 정읍 영원면→정읍 고부면(8일)→정읍 영원면·김제 용지면(9일) 등에서 릴레이식으로 AI가 확인되고 있다.



급기야 9일 새벽에는 전남 영암에서도 의심신고가 들어온데 이어 AI 양성 반응이 확인되자 방역당국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AI 신고→고병원성 확인→살처분→추가 발생'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뒷북' 방역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겨울특별방역을 너무 빨리 해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사실 AI가 어느 정도까지 퍼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방위적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잡힐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왜 퍼질까=AI가 어떤 경로로 번지고 있는 지가 관심사지만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AI 양성반응이 나타난 영암지역 씨암탉 농장은 1차 발생지인 전북 김제와 104㎞나 떨어져 있고, 2차 발생지의 오리 수송트럭 경로와도 10㎞ 거리가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조치를 취했지만 속시원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3월도 아닌 4월에 AI가 발병한 배경도 베일에 가려 있다.

당국은 다만 AI 발생지역에서 거주한 외국인근로자가 바이러스를 옮겨왔거나 봄이 됐지만 돌아가지 않은 철새에 의한 감염일 것으로만 추정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2003년과 2006년 AI 사태 전례로 봐서 날이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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