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vs정몽준, 한나라 '당권'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4.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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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낙마로 한나라 당권경쟁 양자구도...이상득·강재섭 변수

▲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박근혜, 정몽준 웃고, 이재오 울고"

4.9 총선이 가른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명은 이렇게 요약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 달성에서 무난히 4선에 성공했다. 당 안팎의 '친박' 측근 의원들도 대거 생환해 정치적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6선 훈장을 달고 살아 돌아왔다. 서울 입성이라는 전리품도 얻었다.



하지만 정권 2인자로 군림했던 이재오 의원은 분루를 삼켰다. 은평을 혈투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참패했다. 정치 생명을 마감해야 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 낙선한 이재오 의원.▲ 낙선한 이재오 의원.
이제 남은 관심은 온통 '당권'의 향배에 쏠린다. 이른 감이 있지만 당권은 차기 대권 구도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잣대다. 총선 결과가 관심을 모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불과 3개월 후인 7월이면 열린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와 정 최고위원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외 인사가 된 이 의원은 당권 도전의 꿈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당권을 위한 물밑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23일 공천 결과를 비난하면서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리인'을 내세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7월 전대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말도 측근들 사이에선 심심찮게 거론된다. '친이'가 당을 사실상 장악한 만큼 차기 대권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헤쳐가야 한다는 점에서다.


당권 도전 의지가 확고하기는 정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전당대회 참가를 생각하겠다"고 했다. 당권 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동작을 주민들이 저를 뽑아 준 것은 한나라당이 여당다운 여당,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을 갖추는 데 저도 힘껏 일하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상득 국회부의장.
당권의 향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곳곳에 변수가 널려 있는 탓이다. 일단 최대 변수는 대통령의 친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부의장은 새 정부 각료 인사와 공천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맥락에서 유력 정치인들과 이 부의장과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이 부의장과 박 전 대표는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과 갈등 관계에 놓여 있던 이재오 의원이 낙마한 상황에서 당내 권력구도가 다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 부의장과 정 최고위원 사이에는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 부의장과 당내 우군이 절실한 정 최고위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강재섭 대표.▲ 강재섭 대표.
당내에 적지않은 지분을 갖고 있는 강재섭 대표의 움직임도 관찰 대상이다. 강재섭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5년 후를 보고 있는 강 대표가 당내 입지 유지를 위해 당권 경쟁 과정에서 일정 정도 입김을 발휘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친박 탈당파들의 복당 여부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복당 문제는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와 깊숙이 관련된 문제다. 복당이 가능할 경우 '친박'의 '세불리기'로 박 전 대표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김무성 의원도 이날 "(친박 탈당파들의) 조건없는 복당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살아서 돌아온' 이상 복당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당권 접수를 돕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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