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4.9 총선이 가른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명은 이렇게 요약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 달성에서 무난히 4선에 성공했다. 당 안팎의 '친박' 측근 의원들도 대거 생환해 정치적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6선 훈장을 달고 살아 돌아왔다. 서울 입성이라는 전리품도 얻었다.
▲ 낙선한 이재오 의원.
당권을 위한 물밑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23일 공천 결과를 비난하면서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리인'을 내세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7월 전대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말도 측근들 사이에선 심심찮게 거론된다. '친이'가 당을 사실상 장악한 만큼 차기 대권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헤쳐가야 한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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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 의지가 확고하기는 정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전당대회 참가를 생각하겠다"고 했다. 당권 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동작을 주민들이 저를 뽑아 준 것은 한나라당이 여당다운 여당,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을 갖추는 데 저도 힘껏 일하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런 맥락에서 유력 정치인들과 이 부의장과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이 부의장과 박 전 대표는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과 갈등 관계에 놓여 있던 이재오 의원이 낙마한 상황에서 당내 권력구도가 다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 부의장과 정 최고위원 사이에는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 부의장과 당내 우군이 절실한 정 최고위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강재섭 대표.
총선에서 살아남은 친박 탈당파들의 복당 여부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복당 문제는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와 깊숙이 관련된 문제다. 복당이 가능할 경우 '친박'의 '세불리기'로 박 전 대표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김무성 의원도 이날 "(친박 탈당파들의) 조건없는 복당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살아서 돌아온' 이상 복당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당권 접수를 돕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