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어닝 시즌', 불안한 출발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0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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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아 순익 급락, 지수 일제 약세..연준·IMF 경고 가세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알코아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이번주부터 본격화된 '어닝시즌'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지배했다. 경기지표도 불안감을 씻어 주기에는 부족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35.99포인트(0.29%) 하락한 1만2576.44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6.07포인트(0.68%)떨어진 2348.76, S&P500지수는 7포인트(0.51%) 0.4% 내린 1365.54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는 7일에도 실적 불안감 등으로 인해 혼조세로 마감했다.



전통적으로 주요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알코아의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1%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다. 금융주 중에서는 워싱턴 뮤추얼이 부진한 실적으로 어닝 시즌을 열었다. 반도체 회사 AMD역시 전날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2월 미결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자 투자심리가 한층 위축되기도 했다. 중국이 호주 BHP에 대한 지분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났다. 주주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한 보도가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들이 들려오면서 투자자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이날 공개한 지난달 18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따르면 연준 이사들은 미국 경기 침체가 앞으로도 심화되고 동시에 물가도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날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이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잠재적 손실이 945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히는 등 세계 금융시장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알코아, 1분기 '어닝시즌'개막, 워싱턴 뮤추얼 AMD 등 부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는 1분기 순이익이 50% 이상 하락했다고 밝히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을 확산시켰다. 알코아 주가는 0.7%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심리적 영향은 더 컸다.

리버 프론트 투자그룹의 수석 주식담당 임워 도우 샌들러는 "알코아의 실적은 달러약세와 경기침체, 높은 원자재 가격 등으로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리웠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AMD는 전날 장 마감후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과 함께 10% 감원 방침을 밝힌 여파로 이날 주가가 4.9% 급락하며 기술 관련주 부진을 선도했다.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한 유틸리티와 에너지 관련주가 소폭 상승하며 지수의 추가하락을 막았다.

신용경색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금융주의 부진도 지속됐다. S&P500 구성 업종중에서는 금융주 업종지수가 1.8% 하락,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전날 자본조달 소식으로 주가가 30% 급등했던 워싱턴 뮤추얼도 1분기 1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0.2% 내려앉았다.



금융주에 이어 정보기술(IT)업종이 1%하락했다.
모간키간에 의해 투자등급이 '시장중립'에서 '시장 이하'로 강등된 애플은 2.1% 내렸다. 모간 키간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의 기술 관련제품 소비가 광범위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원유, 달러 약세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9센트(0.5%) 떨어진 108.50달러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 여름 휘발유 수요가 17년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미 에너지부의 전망이 하락세의 배경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FOMC 의사록에서 미국 경제의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국제통화기금(IMF)역시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석유 수요에 부정적인 소식들이 유가 상승을 제한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던 점도 유가 약세 요인이었다.



이날 오후 5시20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5699달러로 전날의 1.5708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02.61달러로 전날의 102.57달러 대비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FRB IMF, "아직 멀었다"

이날 공개된 미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IMF의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에 타격을 가했다.



지난달 18일 FOMC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심각한 경기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올해 상반기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금융시장 붕괴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심하고 장기적인 침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와 리차드 피셔 달라스 연준 총재는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등의 조치들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것보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개선시키는데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이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잠재적 손실이 945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IMF는 또 전체 손실중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부분의 손실만 5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IMF가 밝힌 전체 손실은 지난달 26일 골드만삭스가 선언한 1조20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주요 금융기관 등이 추정한 손실 중 역대 두번째 규모다. IMF는 8000억달러로 잡은 손실 규모를 이번에 다시 늘렸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 2월 미결주택 판매도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2월 미결주택판매 지수가 전월대비 1.9% 하락한 84.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수가 발표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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