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다로' 박삼구 회장의 야망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8.04.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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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진출" 육해공 시너지 노려..."금융업도 강화"

 "내가 만든 폭탄주 맛있죠? 아마 10대그룹 회장 중에 가장 잘 만들 겁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의 한 중식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3·사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2시간30분 여 동안 계속됐다. 지난 2002년 9월 그룹회장 취임 이후 기자들과 처음으로 저녁자리를 가졌다. 박 회장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직접 술잔을 건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의 소탈한 모습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최근 기업 인수ㆍ합병(M&A)시장의 최대어를 잇따라 낚는데 성공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순식간에 재계 서열 8위로 올라섰다. 매출 26조원대의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



↑ 박삼구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3월 대우건설의 카타르 <br>
정유, 화학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br>
↑ 박삼구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3월 대우건설의 카타르
정유, 화학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룹의 급성장에는 2002년부터 키를 잡아온 박 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동물적 감각과 강인한 추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A 속내를 숨기는 일반적인 관행과는 달리 처음부터 "꼭 인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서슴없이 내보이는 배짱 '배팅'이 주목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픈' 눈치다. 이날도 범양상선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범양상선은 2004년 STX그룹이 인수, 현재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박 회장은 "대한통운은 택배, 육상운송, 항만하역 등에서 경쟁 기업에 비해 앞서고 있지만 국제 물류 부문이 부족하다"면서 "진정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운 분야를 검토하고 항상 생각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인수로 육상과 항공 물류를 장악한데 이어 해운업 육성을 통해 명실공히 '육·해·공'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의 해운업 진출은 '가문의 숙명'인지 모른다. 박회장의 선친이자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1946년 중고 택시 2대와 보조금 17만원으로 시작, 육송 운송업으로 그룹의 기틀을 닦았다. 40년만인 1988년 박회장의 맏형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항공업에 진출, '하늘'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3남인 박 회장에게 주어진 사명이 어찌보면 '바다' 정복이라 할 수 있다. 박 회장이 범양상선을 놓쳐 첫 번째 해운업 진출 시도에서 실패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처음에 범양상선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는데 그게 교훈이 돼서 이후의 인수ㆍ합병이 잘된 것 같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해운업체 인수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따라올 수 없는 1등으로 만드는 일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금호생명을 상장하고 금호종금을 되찾아 와 금융부문을 강화할 생각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운송그룹. 박 회장이 '가문의 꿈'을 완성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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