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의 한 중식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3·사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2시간30분 여 동안 계속됐다. 지난 2002년 9월 그룹회장 취임 이후 기자들과 처음으로 저녁자리를 가졌다. 박 회장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직접 술잔을 건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의 소탈한 모습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최근 기업 인수ㆍ합병(M&A)시장의 최대어를 잇따라 낚는데 성공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순식간에 재계 서열 8위로 올라섰다. 매출 26조원대의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
↑ 박삼구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3월 대우건설의 카타르
정유, 화학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유, 화학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픈' 눈치다. 이날도 범양상선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범양상선은 2004년 STX그룹이 인수, 현재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금호아시아나의 해운업 진출은 '가문의 숙명'인지 모른다. 박회장의 선친이자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1946년 중고 택시 2대와 보조금 17만원으로 시작, 육송 운송업으로 그룹의 기틀을 닦았다. 40년만인 1988년 박회장의 맏형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항공업에 진출, '하늘'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3남인 박 회장에게 주어진 사명이 어찌보면 '바다' 정복이라 할 수 있다. 박 회장이 범양상선을 놓쳐 첫 번째 해운업 진출 시도에서 실패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처음에 범양상선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는데 그게 교훈이 돼서 이후의 인수ㆍ합병이 잘된 것 같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해운업체 인수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따라올 수 없는 1등으로 만드는 일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금호생명을 상장하고 금호종금을 되찾아 와 금융부문을 강화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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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을 아우르는 운송그룹. 박 회장이 '가문의 꿈'을 완성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