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비겁한 변명.. 명성 금갈 위기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4.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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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그린스펀의 자기방어적 태도 비판

그린스펀의 비겁한 변명.. 명성 금갈 위기


20년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82.사진)의 노후가 편치 않다. 최근 경기침체에 대해 연일 그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있는 가운데 그리스펀의 발언이 '변명 일색'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는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옳았다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내가 하지 않은 일로 나를 비판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Greg Ip)은 8일 칼럼을 통해 "3년전 역대 최고의 중앙은행장으로 칭송받으며 물러났던" 그린스펀이 크게 두가지 면에서 실책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난 2001~2003년 연준이 '닷컴버블'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너무 많이 내렸고 이를 다시 높이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입은 "낮은 금리가 주택가격을 부적절한 수준까지 띄웠다"고 지적했다.

또 연준이 규제 역할을 다하는 데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입은 "부실 고객 때문에 은행들이 위험에 처할 것을 연준이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시 그린스펀은 주택시장 부양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에 그린스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주택 거품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거품은 다이내믹한 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입은 그린스펀의 이러한 방어적인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은 최근 워싱턴 사무실에서 가진 세 번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칭찬받았고 이제는 내가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입은 지난날 그린스펀을 존경했던 동료들조차 그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사람들은 주장만으로 죄를 만든다"며 "그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이 연준을 떠난 2006년 1월에만 해도 미국 경제는 탄탄해보였다. 인플레이션은 낮았고 주가와 주택가격은 부양돼 있었다.



하지만 수개월 뒤 위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멈췄으며 주택건설은 급감했다. 이듬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유럽과 미국 은행으로 번졌다. 9월 그린스펀은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를 출간했다.

신문, TV에서 그의 책에 대해 떠드는 동안 후임자인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금리를 6번 내렸다. WSJ은 미국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안티 그린스펀'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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