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행장, "인베스터 마켓이 블루오션"

대담=정희경 금융부장·정리=오상연· 사진=이명근 기자 2008.04.1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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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 원스톱서비스 위해 증권사 설립 추진…매각설 일축

"주식중개(브로커리지)와 자기매매(트레이딩)에 특화된 증권사를 만들 겁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영구 행장, "인베스터 마켓이 블루오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9일 씨티그룹의 강점이 '유니버설뱅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증권·보험사의 인사와 전산 등 후선업무를 금융지주회사에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은 어떻게 됐습니까.
▶얼마 전 방한한 그룹의 비크람 팬딧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만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막연한 추측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해는 한국씨티은행에 최고의 해였습니다. 순이익만 4561억원으로 전년보다 40.6% 늘었습니다. 매각설이 나온 것도 너무 잘해서 그런 것 아닌가요.(웃음)

―기업은행 등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할 의향은.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는 게 없습니다. 덩치가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통합 후 3년 정도 지난 상태입니다. 시너지가 발휘되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급히 추진할 계획은 없습니다.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 등 은행권에 변수들이 많습니다.
▶산업은행은 우리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같지 않습니다.

―주요 은행들이 카드사업 분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드부문 강화는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전략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말 시스템을 통합해 본격적으로 카드부문을 강화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증권업 진출은.
▶인가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에 특화한 증권사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투자은행 업무는 이미 하고 있어 이를 위한 증권사는 설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붐이 일고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너지 창출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인사, 회계, 전산 등 후선업무의 경우 외국에서는 은행이든 증권사든 보험사든 1군데서 관할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게 안되는 것같습니다.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지주회사체제에선 모든 자회사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입니다.

―최근 하나금융이 조직을 매트릭스형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영구 행장, "인베스터 마켓이 블루오션"
▶우리는 이미 매트릭스 조직입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비중을 높이고 투자상품을 제대로 팔려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의 조직문화와 많이 달라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올해 영업전략은 어느 곳에 중점을 두고 계십니까.
▶수수료에 기반한 수익을 더욱 늘리는 데 초점을 둘 계획입니다. 특히 앞으로 블루오션은 '인베스터마켓'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인베스터마켓'이라면.
▶기관투자가와 개인을 모두 포괄하는 것입니다. 우선 국내 기관투자가의 비중이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총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80%나 되는데, 점차 떨어질 겁니다. 예컨대 개인의 금융자산에서 예금비중은 불과 15년 전 65%였으나 지금은 44%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20% 수준입니다. '인베스터마켓'이 유망할 수밖에 없죠.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1902년 아시아 5개국(일본 중국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에 진출했습니다. 현재 아시아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높지만 106년 역사에 비춰보면 충분치는 않습니다. (해외 진출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신속히)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민간 출신이 금융감독 당국 수장을 맡아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규제완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했으니 특별히 따로 언급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국내 플레이어가 세계 무대로 나가 활발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지가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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