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 대신 최고세율 손볼듯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4.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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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폐지는 고려 안해"… 세율 50%→40%이하 가능성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속세 폐지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 상속세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뜩이나 '강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재벌 편들기'로 비쳐질 수 있는 상속세 폐지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세제개편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도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강 장관도 최고세율 인하론 동조=재정부는 상속세의 완전 폐지는 사실상 검토대상에서 배제하는 대신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모든 재벌이 해당되는 '50%' 상속세율을 과거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장관도 상속세율 인하론을 지지하고 있다. 강 장관은 94~95년 재무부 세제실장 시절 50%였던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40%로 낮췄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이어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반 재벌' 정서가 부각되면서 99년 다시 50%로 환원됐다.



이런 사정상 재정부 안팎에서는 최소한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30억원인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15년인 최소 사업영위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고, 부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상속세 폐지 주장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상속세율 변경도 세제개편 논의 대상 중의 하나일 뿐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여론수렴과 내부논의를 거쳐 8월초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속세는 부유층 전유물=부모를 잘 만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06년 납세분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 사람은 납부사유가 발생한 30만4215명 중 2221명에 머물렀다. 상속세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2, 3세 경영승계에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50%에 달하는 세금을 내도록 한 현재의 상속세 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손 회장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업의 상속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특검수사로까지 이어진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도 상속세와 관련이 있다.

시민단체서는 "삼성이 거액의 상속세를 피하려고 주식 몰아주기식 꼼수를 썼다"고 비난하고 있다. 재벌들의 상속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국민들의 시선도 무척이나 따갑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데, 소수 재벌을 위해 상속세를 폐지한다면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미국에서도 공화당 주도로 상속세 폐지법안이 추진됐으나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 세계 최고 부자들의 자발적인 반대속에 무위로 돌아간 적이 있다.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 위협"=손 회장은 지난 4일 한승수 총리와 가진 간담회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고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즉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식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손 회장은 "상속세는 미 실현 이익에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경영권 유지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구체적인 배경도 거론했다.

요지는 기업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상속세를 폐지해 경영권을 더 공고히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경영권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내건 이명박 정부라면 혹시 가능할 수도 있지 않냐는 희망이 뭍어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OECD 회원국 30개 국가 중 홍콩, 이탈리아, 스웨덴 등 7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한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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