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거대 M&A가 꽃피는 봄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4.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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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이 합병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고유가,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 항공 수요 감소 등 극도로 어려운 여건을 딛고 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구상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항공업계의 불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최근 알로하 항공, ATA, 스카이버스, 등 저가항공사들이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지난 2월 합병 논의를 시작했지만 양사 조종사 노조들이 자신들의 임금과 서열 등을 정하는 문제에서 이견을 보임에 따라 협상이 교착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에 노스웨스트 경영진들은 조종사의 지지 없이 협상을 계속하자고 제안했고 델타의 이사진들은 지난주 후반 모임을 갖고 협상을 재개하는데 협의했다.

둘은 이번 주에도 만날 예정이다.



고유가와 신용경색으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타격을 입은 대표 업종인 항공 산업의 위기 탈출 움직임이다. 둘을 하나로 합쳐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효율성이 올라가면 업종내 경쟁력도 개선될 수 밖에 없다. 한치 앞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침체가 있고 예측가능한 위기가 있다.

두 대형 항공사의 움직임은 이번 위기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를 선언한 MS가 초기에는 야후를 달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더니 지난주와 주말을 지나면서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연이어 하고 있다. "애써 인수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미국 경기침체 등으로 야후의 가치, 주가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결국 주주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엄포였다.


MS가 인수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S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는 지난 4일 야후 이사회에 "4월 26일까지 야후 이사회가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야후 주주들을 직접 설득하고 이사회를 새로 선출하는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최후통첩장을 보냈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표대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MS는 지난 2월 1일 야후를 446억달러에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야후는 인수 가격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62%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었다.

20달러가 안되던 야후 주가는 MS의 인수 제안으로 3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이후 협상이 뚜렷한 진척이 없자 28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크게 밀리지 않는 주가를 보면 인수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생산업체인 네슬레가 알콘 지분 24.85%를 노바티스에 매각하는데 합의했다. 매각 가격은 110억달러다. 매각 후에도 네슬레는 알콘 지분 52%를 확보하게 된다.

노바티스는 또 나머지 지분을 주당 181달러에 인수할 옵션을 갖게 됐고 네슬레는 181달러나 알콘 가격에 20.5%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매각할 권리를 갖게 됐다. 세계 선두권 업체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파장이 크다.

요즘 월가에서 합종연횡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업종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이다. 자발적, 비자발적 합병 시도가 혼란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는 JP모간체이스에 강제적으로 팔렸다. 주당 170달러가 넘던 회사가 주당 2달러에 '땡처리'된 뒤 다시 매각 가격이 10달러로 올랐다.

아메리카은행(BOA)은 앞서 최대 민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을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각을 단행한 스위스의 UBS의 경우 투자은행 부문을 매각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매각이 결정된다면 크레디스위스 같은 경쟁자가 웃음을 감추고 행동할 것이다.

거대 M&A의 동력은 주택 버블을 키운 바탕이 된 풍부한 유동성이다. 여기에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이만한 호기가 없다. 무엇보다 대형 매물을 사려는 투자자가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위기를 피해 도망만 가는 게 아니라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적지않은 것이다.

대형 M&A는 다우지수를 1만4000선까지 끌고온 장기 모멘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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