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보다 쌀값 폭등 따른 인플레 '우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4.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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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는 이제 잊어라. 벤 버냉키와 헨리 폴슨이 무슨 말을 하든지 이제 무시하라. 중요한 건 쌀값이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7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칼럼에서 미국 발 금융위기보다 곡물가 폭등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30억 인구의 주식인 쌀값 폭등이 이 지역의 사회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쌀값 상승으로 사회 불안 가중



아시아의 곡물 가격은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쌀 가격은 41% 급등했다. 이는 14년래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같은 기간 옥수수 가격은 3% 뛰었다. 밀, 대두 등 기타 주요 곡물 가격도 꾸준히 오르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사회 불안 분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해 일각에서는 쌀 위기가 미국발 금융 위기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쌀 수입국 필리핀과 최근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있는 중국에서 불안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쌀값 폭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 필리핀에서는 저소득층에 쌀을 킬로그램당 18.50페소(44.23센트)에 팔고 있다. 원래 마닐라 북부에서는 쌀을 킬로그램당 최소 35페소에 팔 계획이었지만, 사회 불안을 우려한 필리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쌀 판매 가격을 낮추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1940만 헥타르(480만 에이커)의 경작지가 가뭄으로 생산이 대폭 감소된 상태다. 최근 이 지역의 물가 상승과 함께 식량 부족 현상이 겹쳐 사회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곡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6년 연속 오르면서 멕시코에서부터 예멘에 이르는 33개 국가에서 심각한 사회 불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량 수요는 매년 증가하는데 이를 소화해낼 만한 농업 기술의 진보는 없었기 때문에 최근 곡물가가 폭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에 소재한 디아파종 원자재 매니지먼트의 메디 차우스키 애널리스트는 "1970년대 신품종 쌀 종자의 개발로 획기적 증산을 가져온 '녹색혁명' 이후 농업 기술상의 새로운 혁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쌀값↑+인플레이션↑>美 금융위기

쌀 위기는 최근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 상승과 겹쳐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아프잘 알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곡물가 폭등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경기 과열 현상의 징후는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페섹은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 압박 상승 원인을 두 가지로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 정책 유지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 그리고 아지아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에 따른 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총 여섯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04년 12월 이후 최저수준인 2.25%로 낮아졌다. 일본도 0.5%라는 절대적인 저금리에 기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임금 상승률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국 도시지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2만4932위안(374만원)으로 전년대비 18.7%가 증가해 6년래 최대폭으로 늘었다. 글로벌 인적자원 전문 컨설팅기관인 이씨에이 인터내셔널(ECA International)과 휴잇 어소시에이츠(Hewitt Associates)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2008년 인도의 임금상승률은 14%~15.2%에 달해 아시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임금 상승 현상에 겹쳐 곡물가까지 폭등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은 어느 때 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ADB는 이와 관련, 아시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 10년내에 가장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ADB의 아프잘 알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티는 끝났다"며 "이제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동반된 고성장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긴축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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