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에서 벌어진 중국산 농약 만두 파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중국산 제품이 말썽을 일으킨다. 최근 모 식품회사의 중국 하청업체가 공급한 제품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난리가 났다. 하여튼 중국산이라면 일단 의심의 눈길부터 보내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태다.
자금 유입 추이를 보면 대부분의 돈들이 중국 주식이 2006년 중반 3000포인트를 돌파하고 6000포인트로 피크를 치는 작년 10월에 이르는 기간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차이나 펀드들이 주로 투자하는 홍콩 H주식으로 보면 6000포인트를 뚫고 2만 포인트에 도달하는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서브 프라임 론 위기에 일차적인 책임을 돌린다. 분명 미국의 금융위기가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국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에는 낯이 조금 뜨겁다.
우선 미국 금융위기 이전에 중국 증시가 너무 과열되어 있었다. 작년 중반 무렵 상해 증시는 PER이 50배를 넘어 서고 있었고 최고점 부근에서는 무려 70배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Data Stream 제공, 참고로 "엔디 시에" 같은 중국 전문가는 이 PER수준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상해 증시보다 형편이 좋았던 홍콩 H 주식도 같은 기간에 PER이 25배에서 35배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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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버블 붕괴 직전, PER이 70배 수준이었음을 비추어 보면 중국 증시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상관없이 큰 조정을 앞 두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침 미국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공부하기 싫을 때 전깃불 나간다고' 핑계 김에 폭락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폭락 이후 최근 계산치를 봐도 중국 상해 증시는 PER 40배 수준 홍콩 H 주식은 25배 수준으로 여전히 글로벌 증시 평균(14배-16배 수준으로 추정됨) 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물론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세계 평균 성장률의 2배 이상이고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신장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다른 증시에 비해 2배 이상 평가를 받아도 반박할 일은 아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중국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시의 등락과 상관없이 중국 경제의 고성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을 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의 30년간의 고성장 이면에 누적되어 왔던 환경문제, 부정부패 문제, 그리고 도시와 농촌간, 지역간 생활수준 격차와 부의 양극화 현상은 더 이상 방치 하기 힘들다. 또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의 법령과 회계 시스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작년 이후 시행되고 있는 중국 상장 기업들의 국제 회계기준 적용도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정치 상황도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티베트 문제는 중국이 자유 시장주의 경제가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임을 새삼 부각시켜 주고 있다.
OECD 회원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투명한 회계 시스템이 정착되었다고 자부하는 한국이 아직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13억의 거대 시장과 고성장 국가라는 사실만 가지고 프리미엄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메이드 인 차이나"는 싸구려이지만 중국 기업의 주식은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 된다는 아이러니를 선뜻 받아들이기 난감하다. 따라서 주식투자는 투자의 논리로만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 증시는 상당 기간 어려운 국면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폭락한 이후에도 펀드맨탈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데다가 투자가들의 심리가 불안해지면서 중국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투자는 중국인들의 특질인 만만디(천천히)를 제대로 이해해야 고수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