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만든 키워드, 형님공천·박근혜 마케팅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4.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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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이슈 되짚기<상>

18대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조용한 선거'였다. 치열하게 진행된 17대 대선 후 불과 4개월 만에 열린 탓이다.

총선 자체의 역동성이 이전 선거와 견줘 한참이나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형 이슈를 찾기도 어려웠다. 17대 '탄핵풍'에 버금갈 만한 바람몰이도, 반전 요소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사단은 끊임이 없었다. 총선 정국 초기에는 각 정당의 공천 갈등이 선거판에 일대 회오리를 몰고 왔다. 선거전이 본격화되자 돈선거 파문 등 금권선거가 문제가 됐다.



선거 막판엔 성희롱 논란까지 불거졌다.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과 '관권선거' 시비도 쟁점화했다. 올초부터 시작된 18대 4.9 총선 드라마를 키워드로 정리해 따라가 본다.

# 박근혜 "속았다"= 한나라당 공천은 권력투쟁의 '파노라마'였다. 이명박 대통령측(친이)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측(친박) 사이의 계파 전쟁이 불을 뿜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12일 긴급 회견에서 "기가 막히다. 엉망인 공천이다" "어마어마한 음모다"라고 말했다. 영남권 공천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쏟아낸 경고성 발언이었다.

영남 공천 결과 발표 이후인 지난 달 23일에는 발언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나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공정 공천을 약속했던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총선 후 본격화할 계파 생존게임과 당내 권력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한 마디'였다.

# 박근혜 마케팅= 박 전 대표는 탈당 대신 당내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 지원유세도 거부했다. 대신 공천에서 탈락한 측근들이 당 밖으로 뛰쳐 나갔다.


수도권에서 '친박연대'가, 영남권에선 '친박 무소속 연대'가 동시에 닻을 올렸다. '박근혜 브랜드'를 내세운 친박 정치 결사체였다. 정치 지도자와 추종 세력이 서로 다른 데 적을 두고 선거를 치르는 한국 정치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 탈당파들의 전략은 온전히 '박근혜 마케팅' 하나에 집중됐다. 신문, 인터넷 광고엔 박 전 대표의 사진이 등장했다. 거리 유세에서도 어김없이 박근혜 브랜드가 활용됐다.

# 형님공천= 친이계의 권력 분화와 투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측근 실세인 이재오 의원간 갈등이 움텄다. 새 정부 인사권과 공천권을 놓고 벌어진 2인자 대결이었다.

'형님공천'이라 명명된 이 부의장의 공천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의원측으로 분류되는 총선 후보 55명은 지난 달 21일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 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결국 지난 달 26일 동반 출마 선언으로 갈등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를 두고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이 '14일간의 휴전'에 돌입했을 뿐이란 해석이 나왔다. 총선 후 당내 권력투쟁을 위한 '휴전'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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