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자체의 역동성이 이전 선거와 견줘 한참이나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형 이슈를 찾기도 어려웠다. 17대 '탄핵풍'에 버금갈 만한 바람몰이도, 반전 요소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사단은 끊임이 없었다. 총선 정국 초기에는 각 정당의 공천 갈등이 선거판에 일대 회오리를 몰고 왔다. 선거전이 본격화되자 돈선거 파문 등 금권선거가 문제가 됐다.
# 박근혜 "속았다"= 한나라당 공천은 권력투쟁의 '파노라마'였다. 이명박 대통령측(친이)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측(친박) 사이의 계파 전쟁이 불을 뿜었다.
영남 공천 결과 발표 이후인 지난 달 23일에는 발언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나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공정 공천을 약속했던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총선 후 본격화할 계파 생존게임과 당내 권력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한 마디'였다.
# 박근혜 마케팅= 박 전 대표는 탈당 대신 당내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 지원유세도 거부했다. 대신 공천에서 탈락한 측근들이 당 밖으로 뛰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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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친박연대'가, 영남권에선 '친박 무소속 연대'가 동시에 닻을 올렸다. '박근혜 브랜드'를 내세운 친박 정치 결사체였다. 정치 지도자와 추종 세력이 서로 다른 데 적을 두고 선거를 치르는 한국 정치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 탈당파들의 전략은 온전히 '박근혜 마케팅' 하나에 집중됐다. 신문, 인터넷 광고엔 박 전 대표의 사진이 등장했다. 거리 유세에서도 어김없이 박근혜 브랜드가 활용됐다.
# 형님공천= 친이계의 권력 분화와 투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측근 실세인 이재오 의원간 갈등이 움텄다. 새 정부 인사권과 공천권을 놓고 벌어진 2인자 대결이었다.
'형님공천'이라 명명된 이 부의장의 공천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의원측으로 분류되는 총선 후보 55명은 지난 달 21일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 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결국 지난 달 26일 동반 출마 선언으로 갈등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를 두고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이 '14일간의 휴전'에 돌입했을 뿐이란 해석이 나왔다. 총선 후 당내 권력투쟁을 위한 '휴전'이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