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노도강' 묻지마 투자열풍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04.0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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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도봉구·강북구 물건 수십명 입찰 경쟁

#사례1. 지난 1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경매 법정.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단지 71㎡ 물건을 놓고 54명이 경쟁을 벌였다. 이 물건은 감정가(1억90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3억458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사례2.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4단지 41㎡는 올해 경매 시장 최고 입찰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경매가 진행된 이 물건에 무려 90명의 투자자가 입찰 봉투를 제출했다. 낙찰가는 1억7195만원으로 감정가(9500만원)의 2배에 달했다.



법원 경매 시장에서 이른바 '노도강'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노도강'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앞자를 딴 부동산 시장 신조어다. 이들 지역 중소형아파트와 연립·다세대 경매 물건에 무조건 입찰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6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1월1일∼4월4일)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3구의 경매 입찰경쟁률은 14.6대 1로 서울 평균 7대 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 1월만해도 강북3구의 입찰경쟁률은 8.1대 1로 서울 평균 7.5대 1과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강북3구의 입찰경쟁률은 20.7대 1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입찰경쟁률은 7.1대 1이었다.

이처럼 강북3구의 경매 입찰경쟁률이 높은 것은 설 연휴 이후 노원구를 중심으로 강북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중소형아파트나 연립.다세대 등 주거용 물건 대부분이 감정가 5000만∼2억원 안팎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것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요인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실장은 "'노도강' 물건만 낙찰받으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물불 안가리고 입찰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경매가 있는 날 북부지법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경매시장 입찰경쟁률 1∼3위도 강북3구가 싹쓸이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41㎡(90명)에 이어 도봉구 쌍문동 다세대주택 51㎡(87명) 강북구 번동 다세대주택 31㎡(79명)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이후 낙찰가율도 100%를 훌쩍 넘어섰다. 강북3구의 낙찰가율은 지난 1∼2월 98%대에서 3월 115.5%로 상승한데 이어 이달에는 119.9%로 뛰었다. 서울 평균 낙찰가율은 3월 84.2%, 4월 73.8%를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낙찰가율이 100%를 넘을 경우 고가 낙찰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과열된 경매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입찰전 물건을 꼼꼼히 분석하고 실제 거래가를 체크해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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