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1조 날리고도 금배지단다니…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8.04.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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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달만에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게 날린 사람이 코스닥 벤처업계 대표로 금뱃지를 단다면...."

지난달 24일 제 1당인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발표를 접한 한 투자자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투자자는 에이치앤티의 태양광 사업을 믿고 뒤늦게 투자했다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에이치앤티는 지난해 3월 하순 4000원대 중반에 머물던 주가가 10월초 8만9700원까지 올랐습니다. 6개월여만에 20배가 뛴 것이지요. 700억원대에 머물던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지금 기준으론 코스닥 5위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당시엔 7위쯤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격대에서 회사의 최대주주인 정국교 사장은 무려 34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습니다. 정 사장의 주식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주가가 연속하한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정 사장은 서둘러 해명 간담회를 열어 "외부세력의 주가조작 의혹에 맞서 경고차원에서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이같은 해명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회사의 오너 사장이 자기 회사 주가가 너무 높다며 팔았으니 일반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설 수밖에 없었겠지요. 정 사장은 또 외부세력 때문에 주가 상승의 동인이 됐던 우즈베키스탄 규소(태양광 원료) 광산개발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이 말은 다음달 그대로 실현돼 에이치앤티 주가는 추가로 폭락, 11월 하순에는 5000원대까지 떨어집니다. 1조4000억원을 호가하던 회사 가치가 한달여만에 8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올 2월 중순에는 시총이 600억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3월24일 정 사장이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뒤 주가가 급등해 시총이 늘기는 했지만 4일현재 여전히 175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같은 주가 급등락이 모두 정 사장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주가의 이상급등은 그도 예기치 못했고, 사업이 모두 잘될 수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고점에서 수백억원어치 주식을 매각한 것은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힘듭니다. 그는 주식매각 자금을 대체에너지 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변명했지만 그의 주머니에서 다시 나온 자금은 몇푼 되지 않습니다.

9일 총선에서 이변이 없는 한 정 사장은 금뱃지를 달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증권가의 한 인사는 "10년 집권한 당에 이렇게까지 인물이 없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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