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약가, 어떻게 정해졌길래...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04.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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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가 정해지는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건보공단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결정된 약가'라고 해명하고 나선 것일까.

건보공단은 4일 머니투데이가 지난 2일 보도한 '누구를 위한 약값 협상인가'라는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글리벡'의 약가를 당초 1만7682원으로 고시했으나 제약사(노바티스)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공급을 거부해 정부가 이에 굴복, 2만3045원으로 약가가 결정됐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결정된 약가"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만든 '글리벡'은 백혈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쓰이는 약이다. 지난 2001년 6월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시판허가를 받았고, 그로부터 20개월뒤인 지난 2003년 2월 2만3045원의 가격으로 보험에 등재됐다.

그 20개월동안 공단과 노바티는 힘겨루기를 했다. 글리벡 고가논란이 핵심쟁점이었다. 2001년 허가 당시 노바티스는 해외 판매가를 근거로 글리벡 1알 가격을 2만5000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시한 1만7862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가격이었다. 환자들도 회사측의 가격이 비싸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단의 표현대로 정부는 노바티스 협상전략에 굴복, 당초 고시가격보다 30%나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고 말았다. 노바티스는 기존에 제시했던 희망가격에서 7.8%만을 낮췄을 뿐이다.

정부가 굴복한 이유로 건보공단은 노바티스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공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바티스측의 설명은 다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공단과이 약가협상이 진행되던 1년반여동안 동정적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을 공급했다"고 해명했다.

노바티스는 시판허가를 받기전인 2001년4월부터 보험등재된 2003년2월까지 꾸준히 동정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때문에 굴복했다는 것인가. 건보공단이 '굴복'이란 표현을 쓴 이유가 분명치않다. 다시 약가는 선진 7개국(A7) 약가를 평균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정부는 이 규정에 따라 '글리벡' 출시국인 미국, 스위스 등의 환율을 감안한 공장도 출하가에 부가세와 유통거래폭을 더한 뒤 평균을 낸 값으로 약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환자들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노바티스는 동정적 프로그램을 환자 지원프로그램으로 돌려 환자 본인부담금(당시 진료비의 20%) 가운데 절반(10%)를 대주기로 결정했다. 이후 2005년 9월 정부가 보장성 강화제도를 실시하면서 환자 본인부담금 비율이 10%로 줄어들게 되자, 10%를 모두 보전해줬다. 이렇게 해서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을 공짜로 먹게 된 것이다.

노바티스가 이렇게 무리를 해서 고가를 고수한 것은 이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가격에 약가가 책정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선진국 가운데서 미국과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글리벡' 시판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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