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겁먹고 후진하기 보다는…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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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표 악화…외국인이 만드는 시세 순종 필요

미증시가 이틀째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일 급등이 워낙 컸기 때문에 기간조정이 필요한 상태에서 주말장인 이날 밤 발표 예정된 고용지표에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에 이틀간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증시가 횡보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미증시 방향과 연계성을 갖고 움직이는 외환과 채권시장 동향도 잠잠한 상태다. 엔/달러, 유로화, 미국채 수익률은 물론 S&P500 변동성 지수(VIX), 상품가격(CRB지수) 등에도 특이한 변화가 나오지 않았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한 것에 비추어 3월 고용지표 또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지 모른다. 아마도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은 점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2일 미증시가 소폭 하락했던 뒤에도 전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대만 제외)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에 3일 미증시가 전약후강을 보이면서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인 영향은 이날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경기선인 120일선까지 40p 남짓 남은 상태에서 겁을 먹고 미리 방향을 돌리기보다 저항선을 돌파하는 오버슈팅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아직도 긴가민가 하면서 주가 상승시마다 매도대응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이들이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다.

그러나 시장 내용을 보면 장세가 꼭 좋지만은 않다는 점도 포착할 수 있다. 오르는 장을 엎어버릴만한 것들은 아니지만 미세하게나마 에너지 약화 조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날 주도주가 바뀌었다. IT전자·은행주에서 철강금속·운수장비로 상승 업종이 달라졌다. 주가 순항을 위한 순환매라면 키맞추기를 통해 기존 급등 종목에 대한 가격부담이 완화되는 것이지만 주도주 약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날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였다. 연중 최대규모인 5031억원의 순매수가 지수를 21p(1.23%) 높였다. 그러나 투신권의 순매수는 2363억원에 그쳤다.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투신권이 오히려 적극적인 매도우위를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가가 뜨는 상황에서 투신권의 순매도는 한가지 이유 뿐이다. 1537p까지 추락하던 주가가 오르자 펀드 가입자들이 환매를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크지는 않지만 최근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는 집계와 사뭇 다른 얘기가 된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가 5조9587억원으로 증가하며 연초인 1월2일(6조253억원)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는 점도 부담이다. 물론 지난 12월26일 기록한 사상최대치(6조7479억원)까지 7000억원의 여유가 있고, 매도차익잔고 또한 2조634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지난달 31일의 연중 최대치(2조6509억)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차익잔고 확대가 큰 부담은 아닐 수 있다.

외국인 주식순매수 행진이 5일만에 끝난 점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비록 정규장에서는 40억원 순매수를 나타내다가 동시호가 때 1400억원의 매물이 등장한 것이지만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순매수가 주가 상승에 필수적인 요소인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의 순매수 중단이나 순매도 전환은 증시에 좋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은 전날 옵션시장에서 콜옵션을 무려 217억원이나 순매도했다. 2005년 10월이후 최대규모다. 숏스트랭글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이 다음주 옵션만기일 전까지 포지션 방어에 나서는 것이라면 주가 상승에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전날 코스피시장 거래량은 2억5346만주에 그치며 3월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일 코스피지수가 40p 상승할 때 3억주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거래량은 물론 거래대금도 1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주가 상승시 거래량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약화 조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17일 1537p에서 바닥을 찍고 230p 쉼없이 달려온 힘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1800p 타깃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추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다면 분할매도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도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의 태도변화를 따라 나오는 시세가 있다면 순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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