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하나는 스탠더드차터스 은행이 보낸 우편물이었다. 기후변화 관련 신규 대출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
집 근처 슈퍼마켓 테스코(TESCO)에 가니 가격표옆에 탄소배출량표를 달아놓았다. A사의 500g짜리 간쇠고기는 7.6kg의 CO2가 배출됐다고 쓰여 있었다. '탄소 계산(The Carbon Count)'이라는 자체 프로그램 상품에 따라 표기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일은 사실 어느날 오후에 터졌다. BBC는 메인 뉴스로 런던시가 시행하는 '탄소저배출이니셔티브(Low Emission Initiative)' 정책을 보도했다.
이는 런던시가 도심지역에 혼잡통행료만을 부과하던 기존의 정책을 업그레이드시켜, 그 지역을 지나는 모든 차량에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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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탄소배출량 225kg/km이 넘는 차량은 하루에 25파운드(£), 우리돈으로 5만원을 내야 한다. 하루에!
더 기가 막힌 사실은 2000cc가 안되는 부모님의 폭스바겐차는 탄소배출이 기준보다 높아 5만원을 내야하고, 옆집의 3000cc짜리 BMW는 배출량이 그보다 적어 8파운드만 낸다는 사실. BBC는 이것이 BMW가 지난 수년간 엔진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에 매진한 결과라고 한다.
영국과 같은 유럽에서는 기후변화가 생활이다. 사람들은 기후변화 이슈를 생각하면서 일상 속에서 보험상품, 신용카드를 고르고 슈퍼마켓에 가서 쇼핑을 하고 탄소배출량표를 보면서 자동차를 산다.
이는 기업측면에서 보면 기후변화가 일상적인 경영전략 및 비즈니스이슈임을 의미한다. 기후변화가 생활이고 일상적인 비즈니스라면 금융공여자들 (은행, 보험, 주식 및 채권투자가들)에게는 '일상적인 투자활동' 이슈가 된다.
그런데 몇년 전까지만해도 이 당연한 일상적인 투자활동을 수행할 만한 무기, 즉 정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국제금융기관들이 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 (Carbon Disclosure Project, CDP)라는 이름의 거대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CDP는 2001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수상의 참석 아래 다우닝가에서 출범했다. 올해 역시 전 세계 385개의 금융기관들이 CDP에 참여했다. 이들의 자산규모는 모두 합해 57조 달러에 이른다.
CDP는 세계 주요 3000 여 개 기업들에 질문서를 보냈다. 기업들은 5월 말까지 CDP런던본부에 탄소 관련 정보를 제출할 것이다.
이들의 답변서가 서명기관들에게 공개되는 9월 말 이후부터 1년 동안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CDP공식보고서와 기업의 답변서들을 부지런히 참고해 각자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일상적인 투자활동'을 수행할 것이다. 2007년에 발간된 기후변화관련 금융기관 리포트는 100개가 넘는다.
올해는 한국에도 CDP위원회가 생겼다. 이 위원회는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한국의 주요 상장기업들과 금융기관들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국의 CDP위원회가 회의장이나 연구논문에서나 논의되던 기후변화 이슈를 우리의 일상 속으로 이끄는 데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