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감원장, 검사현장 '깜짝' 방문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4.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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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역대 금감원장으로는 처음, 고압적 검사태도 개선 '메시지'

김종창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일선 검사장을 ‘깜짝’ 방문했다. 금감원장이 검사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 그대로 ‘파격’인 셈.

김 원장은 3일 오후 2시경 금감원 종합검사가 진행 중인 동부생명을 찾았다. 동부생명은 물론 금감원 직원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수행비서 한 명만을 대동한 채였다. 금감원 검사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직접 챙겨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17일부터 12명의 인력을 투입, 동부생명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원장은 “금융회사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군림이 아니라 배려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주문했다.



또 “가벼운 위규행위를 지적하거나 자료요구를 중복해서는 안 된다”며 “합리적인 의견은 적극 수용할 것”도 지시했다. 이어 “잘못된 점만 지적하지 말고 경쟁업체 보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점, 강점 등을 보고서에 반영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원장은 현장에서 직접 검사를 받고 있던 동부생명 직원들로부터 검사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직원은 “적용하는 규정과 원칙이 대형사 위주”라며 “규모나 업종에 맞게 룰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이런 이야기는 저녁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원장의 깜짝 방문으로 동부생명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한 전례가 없었던 데다 미처 의전을 준비할 틈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김 원장은 검사장을 찾아 검사받는 직원들과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눈 후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떠났다. 자신의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 경영진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영진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원장의 이같은 파격 행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고압적인 검사태도만큼은 반드시 고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김 원장은 지난달 31일 간부회의에서도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검사 태도가 여전하다”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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