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기여형, 운용수익률 연동 수령액 큰 차이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4.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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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다른점

돈 없이 아름다운 노년은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직장 재직기간은 날로 단축되면서 최근에는 20~30대도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중소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이지연(30) 대리도 벌써부터 ‘노후 대비’ 걱정이 태산이다.

결혼 3년차 새내기인 이 대리는 이제 겨우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부채를 정리하는 단계다. 당장 목돈을 모을 리 만무하지만 설사 생긴다 해도 ‘노후 자금’으로 떼어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 집’도 마련해야 하고 고장이 잦은 자동차도 바꿔야 하는 데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해외연수나 유학도 보내고 싶다.



그래서일까. 이 대리는 요즘 회사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에 관심이 잔뜩 쏠려 있다. 과연 퇴직연금은 이 대리의 노년을 보장해줄만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까.

◆ 내 몸에 맞는 퇴직연금은 DC? DB?



지금까지 기존의 퇴직금제도를 유지해왔던 이 대리의 회사는 정부 정책과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이유로 퇴직연금에 가입할 예정이다. 현재 주 논의대상은 퇴직연금의 제도 선택이다. 퇴직연금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퇴직 때 받을 금액이 미리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과 운용 수익률에 따라 금액이 바뀌는 확정기여형(DC)이다. 이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은퇴 후 손에 쥘 수 있는 연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어떤 방식이 유리할까?

DB형에서 퇴직급여를 결정짓는 변수는 ‘임금상승률’과 ‘예상 근속기간’ 두 가지 뿐이다. 퇴직 직전에 받은 월급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을 주기 때문에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어울리는 제도다.


회사가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하기 때문에 개인은 퇴직자금에 대한 고민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만약 연금자산의 운용실적이 나빠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보다 연금자산 평가액이 적을 때는 회사가 나머지를 부담한다.

하지만 회사가 도산할 경우 사외에 적립이 의무화된 퇴직금의 60%는 보장되지만 나머지 40%는 못 받을 수도 있다.
확정기여형, 운용수익률 연동 수령액 큰 차이


DC형은 DB형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띈다. 기업이 연간 임금 총액의 1/12 이상을 1년에 한 번 이상 근로자의 개인 계좌에 납입해주면 그 금액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게 된다. 그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고 운용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가 져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운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정된 방식을 택할 경우 연금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 유리하다.

그러면 실제 이 대리의 미래 예상 운용수익률을 다음의 가정 아래 살펴보자.

이 대리의 현재 월 소득 250만원을 기본 조건으로 55세를 정년으로 보고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제시한 예상 운용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어떤 운용방식이 유리한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만일 주식시장의 활황이 이어지고 공격적인 투자가 성공해 운용수익률(10%)이 임금상승률(5%)보다 평균적으로 앞섰을 경우에는 DC형이 유리하다. 정년인 55세에 적립된 금액은 DC형이 약 4억1825만원으로 DB형의 약 2억2011만원보다 1억9800여만원이 더 많다.

반면 임금상승률(5%)이 운용수익률을 앞설 경우 DC형보다 DB형이 안정적인 수익을 준다. DC형은 주식시장 등이 장기 침체로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는 데 대한 리스크가 있다. 만일 25년간 DC형의 운용수익률이 3%에 불과하다면 25년 뒤 이 대리가 받게 되는 퇴직급여는 1억7489만원 정도다.

임금인상률이 운용수익률보다 더 높을 경우 DB형이 유리하고 임금인상율이 운용수익률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라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결과다.

결국 이 대리는 재직하는 회사의 임금상승률 수준과 예상 투자수익률을 고려해 퇴직연금 운용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확정기여형, 운용수익률 연동 수령액 큰 차이
◆일시금이냐 연금이냐

퇴직연금은 기존의 일시금으로만 받을 수 있던 퇴직급여를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 되고 나이가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일시금과 연금 수령 중 양자택일을 할 수 있다. 충족이 안 되면 일시금 수령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연금과 일시금 중 선택이 가능하다면 어떤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세금측면에선 대체로 연금이 유리하다.

정년시 퇴직급여로 받게 될 1억5027만원을 일시금으로 수령했을 때와 20년 동안 확정연금으로 수령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약 214만원의 절세 효과가 있다.

만일 연금 수령을 결정했다면 확정연금과 종신연금 등 연금의 종류와 수령기간을 선택해야 한다.

확정연금은 정해진 기간 동안 생사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연금으로 금융기관별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10년이다. 반면 종신연금은 가입자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지급되는 연금이다. 연금 수령기간에 따라서도 연금 액은 차이가 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급여 적립금이 1억원일 경우 연금 수급 기간이 5년이면 월 188만원, 10년이면 월 106만원, 15년이면 월 79만원, 20년이면 월 65만원 정도(이자율 5%, 세전금액 기준)를 받게 된다.

◆ 연금사업자 선택도 관건

보험사, 은행, 증권사 등 어느 퇴직연금사업자(현재 49개사)를 고르는가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퇴직연금 투자는 어떤 퇴직연금상품을 고르는가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투자 결정은 기업의 책임이 수반되는 DB형보다 근로자가 직접 투자하는 DC형의 경우 특히 더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가입하면 퇴직시까지 운용되는 '장기상품'이므로 처음에 사소한 차이가 나중에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사업자를 결정할 때에는 장기적인 운용철학과 자산관리 능력, 신뢰성 등을 고루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사업자는 모두 DC형, DB형 등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인가과정에서 안정성 검증도 받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신용등급이나 시장 점유율 보다 상품별 운용 성과와 컨설팅 능력 등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입은 빠를 수록 좋다. 박상호 삼성생명 부사장은 "퇴직연금은 일찍 가입할수록 향후 수령받는 연금액이 늘어나므로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자산운용능력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금융기관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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