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드라이브, 총선후 본격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4.02 18:11
글자크기
 정부가 4·9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서민 표'를 의식,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총선 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6%에 가까운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지만 경기는 이미 고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5%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총선 후 한국은행을 상대로 금리인하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관련, "대응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정부조달 우수제품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히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일정한 시기가 지난 뒤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 장관의 경기부양책 목록에는 금리인하도 포함돼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25일 모 경제지 주관 강연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차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무엇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이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도 금리인하론을 거들고 나섰다. 최 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며 "민간 투자의 활성화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하강 여부와 관련해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동향을 면밀히 살펴본 뒤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1분기 GDP 발표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 동향'도 정부의 금리인하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14개월만에 처음으로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내림세였다.


 민간 연구소에서도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의견을 내놨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분기 중 경기지표의 내림세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칠 수 있다"며 "금리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통화당국인 한은부터 현 시점에서의 금리인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에 달하는 등 물가상승률이 4개월째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 상한선(3.5%)을 웃돈 것이 주된 근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도 "최근의 물가상승은 비용요인이 크긴 하지만 과잉유동성의 측면도 없지 않다"며 "지금은 금리를 묶어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데니얼 멜서 선임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강 장관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한은을 상대로 금리인하를 (간접) 요구했다"며 "이는 물가상승이 핵심문제인 상황에서 책임감있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가 크긴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재정부 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행사 가능성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한은법에 따르면 재정부 차관은 금통위에 출석, 통화정책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와 한은간 충돌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어 지난 1998년 이후 한번도 행사되지 않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리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열석발언권은 최대한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음 금통위는 총선 다음날인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