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선진국 사례는?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4.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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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고령화 심화, '확정기여형' 비중 늘려

인구 고령화는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사회적 문제다. 여기에 공적연금의 재원이 충분하지 못한 것도 고령화 사회의 고민거리다. 미국과 영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 규모를 키우는 데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입을 권고하기 힘든 개인연금보다 퇴직연금을 강화하는 편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세계은행은 이른바 '3층 사회보장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노후보장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 공적연금과 근로자의 자발적인 가입을 통한 퇴직연금, 개인 연금 등 3가지로 노후 생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퇴직연금의 역사가 오랜 미국의 경우 은퇴자산 가운데 퇴직연금 자산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2분기 현재 은퇴자산은 총 17조4280억 달러로 나타났고 이 중 퇴직연금 자산이 11조4250억 달러로 67% 가량을 차지했다.

◆美 퇴직연금, 세계 최대ㆍ오랜 역사



미국 퇴직연금의 발자취는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0년 이상의 기나긴 역사속에서 다듬어진 미국 퇴직연금은 유럽과 일본 등 세계 다른 국가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국내 퇴직연금이 주로 벤치마크한 일본의 퇴직연금 역시 '일본판 401(k)'라고 할 만큼 미국의 제도를 근간으로 한 것이다.

퇴직연금 규모도 미국이 가장 크다. 세계 퇴직연금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를 정도다.
퇴직연금 선진국 사례는?


1875년 철도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시작된 미국 퇴직연금은 최근 각광받는 401(k)가 도입되기까지 수차례에 걸친 개혁 끝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꾸준히 성장하던 퇴직연금 제도는 대공항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대폭 수정되었고 1980년대 소득세를 연금 수령 시 부과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과 함께 도입된 401(k)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이 현대적인 의미의 기업연금을 정착시킨 것은 1900년대 들어서다. 1908년 70세 이상 노인에게 일률적인 연금을 지급한 비기여 연금제도가 그 출발점이다. 1970년대 중반 2차 석유파동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대처 정부가 사적연금을 강화하는 연금 개혁을 실시했고 이후 퇴직연금이 활성화되었다.

일본의 퇴직연금은 1962년 적격퇴직연금플랜에서 출발하지만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인구구조의 불균형이 발생하자 공적연금 재정에 압박이 가해졌고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한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한 것이 미국의 제도를 벤치마크한 확정급여형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다.

운용 형태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뮤추얼펀드에 의해 운용된다. 반면 유럽은 은행과 보험사의 운용 비중이 크고 일본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운용된다.

한편 고령화가 날로 심화되자 일부 선진국은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 호주와 홍콩이 가입을 강제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2년부터 강제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선진국 사례는?
◆DB 줄고 DC 늘고

한국보다 퇴직연금을 일찍 도입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성은 확정급여형의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확정기여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ICI에 따르면 2007년 2분기 현재 미국 퇴직연금 자산 가운데 확정기여형이 4조4210억 달러인데 반해 확정급여형은 2조389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확정기여형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수급자에 대한 세금 혜택과 사용자인 기업의 재무적인 부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고령화로 인해 확정급여형의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져 기업의 부담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재무제표에 자산가치를 시가로 반영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자 입장에서 봐도 확정급여형이 안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세제 혜택과 추가 납입이 가능한 확정기여형이 매력적"이라며 "이직 시 납입한 원금을 새 직장으로 옮길 수 없는 확정급여형의 특성도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의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 주식 수익률, 채권에 비해 월등

미국 퇴직연금의 장기 운용 성과를 볼 때 자산별 수익률은 주식이 회사채나 국공채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봇슨 어소시어츠(Ibbotson Associates)의 조사에 따르면 1926~2005년의 주식 연간 운용 수익률이 10.4%로 나타난 데 반해 장기회사채와 중기 국채는 각각 5%대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또 재무성 단기채는 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과 장단기 채권 모두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인 3.0%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주식의 물가상승 헤지가 두드러졌다.

일본의 퇴직연금은 2002~2006년 국내 주식에서 벤치마크 대비 0.2%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채권에서는 벤치마크와 같은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에서는 벤치마크에 비해 각각 0.75%, 0.62% 언더퍼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연금연합회가 1987~2006년의 시가 기준 운용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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