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까르푸 인수금융 1.7조 리파이낸싱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4.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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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이랜드리테일]①해외 유증 등 자본조달 5400억..부채규모 1.16조로 낮춰

이 기사는 04월02일(16: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6년 한국까르푸(현 홈에버) 인수로 재계와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랜드리테일이 본격적인 인수자금 리파이낸싱(Refinancing)에 나선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후 소화불량에 걸렸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랜드그룹은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세간의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 인수자금은 총 1조7100억원. 이중 2800억원(이랜드월드 상환우선주 포함)만이 자기자본이고 나머지는 외부 유치자금으로 당시로는 보기 드문 차입인수(LBO) 였다. 이번 리파이낸싱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인수당시에 비해 100억원이 빠진다.



이랜드그룹은 자본 투자를 늘리고 부채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자금 조달 구조를 짰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이랜드리테일이 과도한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는데 성공한다면 한국에서 LBO를 통한 M&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영업실적이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업계 상위권 굳히기는 커녕 이랜드리테일 자체를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채줄이고 자본투자 확대, 국내보다는 해외 조달

이랜드리테일의 한국까르푸 인수는 '도박'으로 통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까르푸 인수가 '패착'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이랜드그룹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까르푸는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 답지 않게 국내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조7100억원의 인수대금을 놓고 "바가지 썼다"는 혹평도 나왔다. 인수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입금을 이랜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인수금융중 실질적인 부채성격의 상환우선주를 제외하면, 외부 투자자의 자본투자를 포함한 자본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부채비중은 80.5%에 달했다.

ⓒ한신정평가, 이랜드리테일, the bell<br>
*2008년은 계획안(향후 변동 가능)ⓒ한신정평가, 이랜드리테일, the bell
*2008년은 계획안(향후 변동 가능)


이랜드리테일은 부채보다는 자본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쪽으로 리파이낸싱의 큰 틀을 잡았다. 자본 투자 비중을 31.8%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랜드그룹과 해외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본투자 규모는 5400억원, 부채는 1조16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유상증자규모는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3400억원으로 4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해외투자 유치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리한 인수, 과욕을 부린 M&A였다"는 부정적 평가를 "해외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방향으로 돌려 놓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Pre-IPO 거쳐, 2011년 상장..해외채권 발행도 추진



이랜드리테일은 이번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한 후 상장을 전제로 한 사전 기업공개(Pre-IPO)에 나설 예정이다. 리파이낸싱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인수금융내 부채 비중이 68.2%로 떨어지지만 그래도 부채비중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2011년 상장을 통해 인수금융 과정에서 조달한 부채를 대거 상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출 만기가 3년인 것도 이 때문이다. 리파이낸싱 관련 대출 가운데 2011년에 8000억원이 만기 도래한다.

해외채권 발행도 추진할 예정이다. 리파이낸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랜드그룹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이랜드상하이패션의 홍콩증시 상장이 이뤄질 경우 전반적인 신인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해외채권을 발행해 국내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완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영업실적ㆍ재무구조 악화땐 이랜드리테일이 M&A 매물될 수도

그러나 이랜드그룹의 기대대로 리파이낸싱이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9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에서 차입금에 적용되는 금리도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2.80~4.30%'로 높은 편이다.



해외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한다.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면 차입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외투자자 유치 실패는 이랜드리테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확산시킬 수 있다.

자칫하면 이랜드리테일 자체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영업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대주단이 직접 이랜드리테일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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