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약가협상인가?

신수영 기자, 김명룡 기자 2008.04.02 08:42
글자크기

예측불가 약가결정 시스템<중>앞뒤 안맞는 건보당국

실제로 건보가 협상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글쎄'다. 신약허가를 받은지 14개월이 지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스프라이셀'은 기존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가 먹는 약이다. 글리벡 100mg 1알은 2만3045원. 보통 백혈병 환자는 하루에 '글리벡' 400mg을 먹지만, 내성환자는 600~800mg의 '글리벡'을 복용한다. 따라서 하루 약값이 13만8270원(600mg기준) 이상 든다.

'글리벡' 내성환자는 하루에 '스프라이셀' 2알(70mgX2알)을 먹으면 된다. BMS는 스프라이셀 1알의 약가를 6만9135원으로 제시했다. 내성환자에게 들어가는 '글리벡' 최저가를 기준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열린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BMS는 약값을 6만2000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물러섰다. 건보공단은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고가로 책정된 '글리벡'의 약가를 기준으로한 '스프라이셀' 약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건보는 '글리벡'의 약가가 당시 선진7개국(A7)을 기준으로 비싸게 책정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지난 2003년 국내 보험약으로 등재됐다. 건보의 고가주장에도 불구 지금까지 한번도 약가가 조정된 바 없다. 약가적정화방안 시행으로 서슬퍼래진 지난해 11월 약가재평가에서도 '글리벡' 가격은 5년전 가격을 고수했다. 기준이 되는 약값이 비싸다면서도 기준은 왜 그대로 두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구를 위한 약가협상인가?


그렇다면 건보가 요구하는만큼 약값을 깎으면 시간에 관계없이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국내 백혈병 환자는 약 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글리벡' 내성환자는 10% 미만. 내성환자 모두가 '글리벡' 600mg을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한해 약값은 83억원이다. 그런데 내성환자중 10~15%는 '글리벡' 600~800mg을 쓰고, 이들에게 추가로 들어가는 약값은 연간 3억원내외로 추산된다. '스프라이셀'을 복용한다면 지출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심평원은 '스프라이셀' 경제성 평가에서 약가 6만9135원을 기준으로, "'글리벡'과 동일기간 투여시, 2억3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 정도의 비용절감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BMS에 따르면 내성환자에 '글리벡' 대신 '스프라이셀'을 사용했을 때 백혈병 유발하는 유전자(BCR-ABL)에 대한 억제효과가 300배 더 높았다. 병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비율인 무진행생존률이 '글리벡'에서는 50%, '스프라이셀'에서는 95%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신약은 기존약보다 치료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그러나 '스프라이셀'은 기존약보다 낮은 약값을 제시하고도 환우회 등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조정위 공식석상에서 나온 얘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멘트가 하나 있다. "'스프라이셀'이 사용되면 1년 건강보험료는 줄어든다. 하지만 환자의 기대수명이 1년 더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스프라이셀'을 쓰면 건강보험료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