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회사 CEO가 말하는 도전정신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4.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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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세계 최초로 세탁기를 만든 회사로 유명한 독일의 명품 가전기업 밀레의 전 세계 40개 지사 가운데 독일인이 아닌 현지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곳은 밀레코리아가 유일하다.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밀레코리아의 안규문(56) 사장을 만나 시련을 자산으로 승화시킨 비결과 그가 말하는 도전정신을 들어봤다.



외국계회사 CEO가 말하는 도전정신


#타고난 세일즈맨

안 사장은 1977년 쌍용에 입사했다. 쌍용이 국내 종합상사 2호로 지정된 직후였다.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인기가 치솟던 종합상사에서 안 사장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수출 유공 사원 표창 덕분에 5년 만에 쿠웨이트 지사장 자리를 꿰찬 것. 최연소 해외 지사장이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발령이 났던 1982년에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이 발발했다. 일년여를 버텼지만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당시 철수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해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였다. 행운이 재앙으로 되돌아왔던 셈이다.

중도 귀국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자리는 없었다. 회사는 대신에 그에게 남녀 직원 한명씩을 붙여주었다. 스스로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을 해보라는 것. 안 사장은 궁리 끝에 일본에 시멘트를 수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선 애먼 짓을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일본은 시멘트 수출 1위국이었다.

하지만 안 사장에겐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40달러 선이었지만 일본의 내수가격은 120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수송비가 높은 탓이었죠. 동해항에서 수출하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무모하게 보였던 도전은 성공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당시에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던 미국 지사에 4년간 파견되기도 했다. 현지에 시멘트 저장탱크를 만들 계획이었던 미국 현지법인에 그의 수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잘 나갔던 그에게 다시 위기가 닥쳤던 것은 1997년이다. 태국 방콕지사장 시절, 금융 위기가 닥쳐 수출 판로가 막혔던 것. 안 사장은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태국의 시멘트를 중동에 수출하는 3국간 수출방식으로 판매를 개척했다.



이후 쌍용을 떠났던 그는 2003년 밀레 제품을 수입, 판매했던 코미상사 대표로 복귀했다. 코미상사는 당시 쌍용의 계열사였다. 이후 2005년 6월, 밀레는 안 사장 영입을 조건으로 지사를 설립했으며 그를 초대 지사장에 임명했다.

# 창의력과 도전정신

시련을 자산으로 만든 경험 때문일까. 안 사장이 25년간의 종합상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은 창의력이다. 주변의 사소한 일이라도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그게 바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창의력이라고 하면 다들 거창한 걸 생각합니다. 없는 걸 만들어낸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것만이 아닙니다. 음식점에서 숟가락, 젓가락을 놓는 방법을 개선한다면 이것도 창의력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조금만 더 나가는 겁니다."

도전정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에게 절대 겁 먹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터무니없는 계획안에 대해서는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그건 제가 판단하는 일이죠. 다만, 스스로의 한계를 절대 설정하지 말라고 강조하죠."

직원들의 도전의식 역시 상당히 강해졌다. "지사 설립 초기만 해도 청소기 판매가 월 200대에 못 미쳤는데 지금은 1000대가 넘습니다. 직원들이 인터넷 판매 등 다양한 아이디어을 개진한 덕분이었죠. 이 일로 아시아 대표로 본사에서 마케팅에 관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죠."



# CEO論

안 사장은 직원들의 도전의식 고취를 위해선 CEO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다독여 실패의 경험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를 주고 기다리면 몇 배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로마이야기를 보면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스키피오의 로마간 전쟁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키피오가 이겨 로마를 지켜내죠. 카르타고와 로마의 차이는 카르타고는 패장을 죽여버리고, 로마는 기회를 다시 준다는 겁니다. 한니발에 진 2대 가문이 복수전을 펼친 겁니다. 실패도 경험이 되는 겁니다."



그의 CEO론은 불교 원리로도 이어졌다. "불교에서 본질은 하나인데 상은 여럿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있듯이 본질을 보는 창구 역시 다 다릅니다. 각 분야별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의 본질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직원들이 껍데기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본질에 이르게 하는 일, 이게 CEO의 역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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