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알박기'를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4.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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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가 낮춰 등재… 경쟁사 시장 진입 봉쇄 전략

부동산에만 ‘알박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제약업계에도 ‘약가 알박기’라는 말이 있다.

‘약가 알박기’란 의도적으로 싼값에 약가를 등재해 경쟁회사들이 더 낮은 약가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고 나면 보험 등재순서에 따라 약값이 차례대로 인하되는 약가제도를 이용한 편법이다.

약가를 늦게 보험에 등재할 경우 이전 제품보다 약가가 낮아진다. 앞서 약가를 등재한 약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이후 약가를 등재할 제약사는 수익이 나지 않아 제품 출시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것이 ‘약가 알박기’다.



약가 알박기는 오리지널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특허가 만료돼 독점력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로 쓰는 수법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는 중소 제약사들에게 해당 약품을 위탁생산해 주는 대신 다른 기업들보다 빨리 제네릭 제품의 약가를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소 제약사들이 보험에 약가를 등재만 해 놓고 발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약가를 낮게 받더라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 후에 제네릭제품을 보험에 등재한 회사들은 먼저 약가를 받은 제약사보다 더 낮은 약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가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어 시장 진입이 어려워 질 수 있다. 낮은 약가를 받고 제품을 내놓더라도 최소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펴기 어려워 진다.



약가 알박기는 해당 약품 중 최고가 약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회사에서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가알박기를 통해 잠재적 시장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는 것이다. 사실, 오리지널을 만드는 회사가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게 될 제네릭 제품을 위탁생산까지 해주는 호의를 베풀 이유는 많지 않다.

약가 알박기는 현실적으로 적발해 내기 어렵다. 제네릭 약가를 신청한 업체가 약가만 등재해 놓고 사정상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고 하면 이를 규명할 방법이 없다.

약가 알박기로 의심되는 사례는 몇 가지가 있다. 2006년말 한 치매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약사들은 제네릭 출시를 시도했다. 당시 D제약사는 이 제품을 기술수입(라이선스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프라임제약, 뉴젠팜, 쎌라트팜코리아, 파마킹 등 5개 업체는 제일 먼저 제네릭 제품을 신청하고 최고가(976원)의 80%인 780원의 약가를 받았다.


이들 제약사의 제네릭 제품은 D제약사에서 위탁생산 했다. 이 치매치료제 관련 제품 중 높은 약가를 인정 받은 것들은 D제약사와 관련 제약사들이 모두 차지한 것이다. 제네릭 제품을 준비해던 다른 제약사들은 뒤늦게 약가등재를 했고, 이보다 낮은 600원대의 약가를 받았다.

사례는 또 있다. 2006년 A 제약사의 고혈압약 제네릭 제품의 약가가 등록된다. 당시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는 283원. 제네릭은 대한뉴팜, 휴온스, 영일제약이 각각 69%(198원), 59%(169원), 50%(142원)수준에서 약가를 받았다. 이들은 오리지널 약가의 80%(226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약가를 받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제약사들은 제네릭 제품에 대해 안국약품과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있었다. 게다가 몇몇 회사는 약가를 받고도 제품 생산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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