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냉정한 현실세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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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은행·증권 약진에도 하락…'삼중바닥' 가능성

초반 장세는 아주 좋았다. 반도체에 이어 은행과 증권 업종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개장초 17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를 2월고점 이후 최고치(1717.83)까지 끌어 올렸다.

전날 일본 최대 D램 생산업체 엘피다가 이달 중 D램 가격을 20% 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과 LG, 하이닉스 등 여타 주요 D램 업체들도 가격 인상 동참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는 장중 64만1000원까지 2.89%, 하이닉스 (162,000원 ▲4,900 +3.12%)는 2만8700원까지 3.05%나 급등했다. 그것도 초반 하락세를 뒤집고 만든 상승이기에 상당한 의미가 부여됐다.
LG전자 (110,900원 ▲800 +0.73%)는 13만3500원으로 5.13%나 치솟으며 또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고, LG디스플레이 (11,100원 ▼400 -3.48%)가 4만5950원으로 3.37% LG (84,500원 ▼200 -0.24%)가 7만7600원으로 3.88% 오르는 등 LG 그룹주가 비상했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증권과 보험 중심의 글로벌 금융그룹(비은행 금융지주회사)이 출현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고쳐 올가을 정기국회에 통과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힘입어 은행 및 증권 업종도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민은행 (0원 %)은 5만8300원으로 5.23%, 우리금융 (11,900원 0.0%)은 1만8050원으로 4.64%, 신한지주 (55,800원 ▲300 +0.54%)는 5만3700원으로 2.68% 오르는 등 시총 상위 은행주가 반도체 업종과 함께 주포세력을 형성하며 지수를 높였다. 동양종금증권 (2,920원 ▼30 -1.02%)이 7.9%, 한화증권 (3,485원 ▼20 -0.57%)이 7.4% 오르는 등 증권업종도 2.81%나 오르면서 주력 업종으로 부상했다.

코스피와 중국 증시에 대한 부푼 기대감도 한껏 쏟아져 나왔다. NH투자증권은 4월을 주가 저점으로 예상하고 하반기 주가가 2100~2300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분기부터 기업이익의 모멘텀 반전이 예상된다"며 특히 D램과 디스플레이에 대한 비중 확대를 역설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북경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5개월간 조정으로 중국 A시장(상해A, 심천A)의 PER가 최고 70배에서 20배 수준으로 떨어져 현 주가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점심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씨티그룹, UBS의 문제가 연속으로 터져나오자 또 한번 장세가 뒤집어졌다.



씨티그룹의 산하 6개 지방채 헤지펀드가 지방채 가격 폭락으로 최대 90%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UBS의 총 상각액이 380억달러까지 커지면서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는 우려감이 부상하자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상하이지수가 4.13%, 선전지수가 무려 7.32% 급락하면서 연최저치를 경신하자 중국 관련주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전날 39만3000원으로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던 동양제철화학 (69,800원 ▼600 -0.85%)은 2만9000원(7.68%), 두산인프라코어 (6,900원 ▼70 -1.00%)는 5.9% 떨어졌다.
기계업종 -3.4%, 운수창고 -2.15%, 화학 -1.86%, 철강금속 -1.35% 등 상승한 업종보다도 하락한 업종이 즐비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 토픽스 지수가 1% 넘게 상승했지만 펀더멘털을 무시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전날 2월 산업생산이 -1.2로 2개월째 하락했고 이날 1분기 단칸지수마저 11로 4년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중국 못지 않게 일본 경기 또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3월 무역적자가 6억7000만달러로 감소했으나 올들어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3월 소비자물가(CPI)는 3.9%로 한국은행의 목표 상한선인 3.5%를 4개월 연속 상회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이익전망치(EPS)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가 바닥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중국 증시에 풀릴 보호예수 물량이 산적하고 한국 기업의 EPS도 낮아지는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펀더멘털이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씨티은행의 지방채 부실, UBS의 상각액 확대 등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추세상승을 보이려면 수급에 변화가 생기거나 해외 변수가 양호해지거나 종목에 매기가 확산돼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코스피지수가 박스권(1600∼1740) 상단에 도달했다면 향후 방향은 하단을 재차 확인하는 길이 될 지 모른다. 1600 초반대로 다시 하락하면서 삼중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상승추세를 펼치는 게 기간조정도 감안한 현실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잃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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