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속 원/달러 환율 980원대로

이상배 기자, 이승우 기자 2008.04.01 16:42
글자크기

"정부 980원선 사수의지" 재확인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올 들어 세번째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980원대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9.9원 하락한 980.5원까지 내려갔다.

그 직후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와 관련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달러화 매도 개입과 매수 개입에 이은 올들어 세번째 구두 개입이다. 정부의 980원선 사수 의지가 재차 확인된 셈이다.



정부의 공식 구두개입으로 이후 환율은 낙폭을 크게 줄이며 결국 전날보다 6.6원 하락한 983.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내 투기세력들의 시세 조정 가능성을 언급, 은행권과의 신경전을 펼쳤다.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 원화 매각대금을 보유한 세력이 시장 혼란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원화를 보유한 세력들이 더 싼 값으로 달러를 사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봤다.



재정부 당국자는 "환율이 단 30분 만에 10원 가까이 빠지는 것은 뭔가 있다는 얘기"라며 "하나로텔레콤 원화 매각대금을 받은 쪽은 달러로 싸게 환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와 관련한 소문을 유포해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있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그런 움직임이 있었을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나로텔레콤의 지분매각 대금 11억달러가 다 소진됐다는 소문을 유포시켜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 내리려 했다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외환당국의 시각을 반박했다. 이날 환율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으로 투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매매(트레이딩)의 관점이었다는 항변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투기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며 "이미 전날(3월31일) 하나로텔레콤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곳이 많았는데 시장이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하나로텔레콤 대금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얘기했다가 매물이 다 소진됐다고 거짓말을 퍼트렸다면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당사자가 은행인지, 투기세력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시장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매매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은행권간의 신경전이 펼쳐진 가운데 정부의 980원선 사수 의지는 재차 확인됐다. 1주일 전에도 980원에 근접하자 구두개입에 이어 실제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섰고 이날도 980원 근처에서 구두개입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정부의 980원 사수 의지는 더욱 강력해진 것으로 본다"며 "역시 환율 하락보다는 환율 상승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