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박근혜 도와달라"···구애?압박?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4.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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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이어 수도권 출마자 요청…전국유세 쉽지 않을 듯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한나라당의 '진한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지원 유세에 속히 나서 달라는 당내 요구가 빗발친다.

친박 성향 후보들의 대거 출마로 수도권과 영남권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 서울·경기 지역 출마자들은 1일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친박연대가 박 전 대표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마치 자신들이 한나라당 후보인 양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원칙과 정도를 정치적 성공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소신의 정치인" "경선 승복을 통해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국민 지도자" 등의 표현으로 박 전 대표를 한껏 추어올렸다.

이날 성명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 중 친박연대 후보자가 출마한 25곳(서울 12, 경기 13)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주로 참여했다.



이 중에는 친박연대 장재완 후보가 출마한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정적이자 '친박'의 '공적'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 전 대표와는 불편한 사이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께서 유세에 나와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지난 달 31일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동참을 강력 요청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박 전 대표를 향한 노골적 구애에 나선 것은 '친박' 바람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게 일고 있는 영남권 판세와 관련 깊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홍사덕 '친박연대' 공동 선대위원장과 친박 무소속연대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은 PK도 다르지 않다. '친박' 좌장인 김무성 의원, 유기준·엄호성 의원, 김세연 후보 등의 강세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열세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통합민주당과의 경합 지역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친박' 성향 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 수도권 출마자는 "친박연대 후보는 목표가 오로지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자는 것 같다"며 "불과 몇 천표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친박연대 출마자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친박 때문에 피해를 보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중앙당에 분명한 조치를 세워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로 친박 돌풍을 잠재워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봇물처럼 일고 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뜨거운 구애가 박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아성이 일부라도 무너질 경우 책임이 고스란히 박 전 대표에게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친박계의 대척에 선 당 지도부와 '친이계'가 총선 책임론을 위한 '군불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박 전 대표가 전국 지원유세에 돌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 측근들에 대한 선별 지원 유세에는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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