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2월고점 돌파 모멘텀 있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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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과열국면 진입..삼성전자·하이닉스에 달려

뉴욕증시가 3월 마지막 거래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상승폭은 1%를 밑돌았고 10일 이평선도 회복하지 못했다.

분기말 윈도드레싱에 유가 하락, 그리고 미국 정부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나서기로 한 것에 비하면 주가 상승폭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이같은 호재가 없었더라도 지난주말까지 다우지수가 나흘 연속,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했기 때문에 시점상 오를만도 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감독 개혁을 위한 청사진(Blupeprint for Regulatory Reform)'을 통해 내놓은 개혁안은 △FRB 권한 확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합 △통화감독청(OCC)과 저축기관 감독청(OTS)통합 △모기지 위원회(MOC)신설 △연방보험 감독실(OIO)신설 등을 망라한다.



금융규제 변화가 시장 신뢰를 회복시켜서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돌아오게 만든다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나, 이같은 엄청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신용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방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다.

세계 채권시장의 최대 큰손인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는 상업은행에게 적용하는 자본의무 비율 등을 투자은행에게까지 요구하게 되면 투자은행의 이익이 제한될 것이라며 폴슨 장관의 개혁안에 비판을 가했다.
폴슨 장관조차도 이날 내놓은 개혁안이 연내 법률화되지 못할 것으로 밝혔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광범위한 금융감독 개혁안의 법제화 또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16일 베어스턴스를 JP모간에 전격 인수시키면서 금융기관의 부도 러시에 종지부를 찍고 이같은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신용위기를 불식시키려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경기와 실적으로 관점을 돌리고 있다.
말하자면 미 정부의 조치는 시장을 앞서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뒷북 조치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관심사는 미국의 3월 ISM 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지수, 그리고 고용지표다. 지난주 내구재 주문 감소에 따른 여파가 이번주 지표에 투영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미국 S&P500 기업의 1분기 어닝 전망이 -9.9%까지 악화되고 있다. 2월말에 비해 -6.9%나 더 낮아졌다. 연초 -12%로 예상하던 미국 금융주의 어닝 전망은 -51%까지 추락한 상태다.


미금리 인하 전인 17일까지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순익배율(PER)가 낮아진 것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P/E의 공식에서 분자인 주가(P)가 떨어졌기 때문에 투자에 매력적인 수준까지 PER가 낮아졌다고 해도 이익(E)가 또 떨어진다면 PER는 다시 오르게 된다.
경기 및 실적으로 관점이 이동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 어닝에 문제가 생긴다면 신용경색을 풀기위해 무차별적으로 공급된 유동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 경기지표도 만만치 않다. 전날 발표된 2월 산업활동 동향은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둔화될 여지가 높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한 경우 다소 시차가 있지만 경기동행지수는 어김없이 둔화됐으며 선행성이 높은 IT산업의 재고순환지표 급락은 향후 경기 모멘텀의 둔화를 예고한다"고 밝혔다.
최근 내수 회복에도 불구에도 수출 둔화로 경기 모멘텀 둔화세가 점차 뚜렷해질 여지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경우 지난달 17일 연저점(1537p)부터 최대폭으로 상승했던 IT전기전자 및 운수장비 업종에서 추가 모멘텀이 나오기 어렵다. 1000원선으로 오른 환율 수혜와 실적 상승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태에서 경기가 꺾인다면 또 한번의 주가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중수출이 대미수출 감소를 상당부분 만회하고는 있지만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대중수출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대외부문 성장성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대외부문과 달리 내수부문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물가불안 등 경기여건 악화로 인해 예상보다 내수부문 확대가 저해될 수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적으로도 현재 주가는 과열 국면에 돌입한 상태다. 투자심리선이 90%선까지 상승한 상태기 때문에 주가가 연고점을 돌파하지 못한다면 하락을 통해 과열을 해소하는 조정과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7년 이후로 투자심리도가 90%에 이르렀던 적은 전일을 포함하여 총 4회에 불과하다"면서 "투자심리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의 단기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기술적 지표보다 오류 발생 빈도가 높지만 적어도 현재 시장은 심리적으로 과열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연구원은 주요 이평선들간의 수렴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과거 이들 이평선들이 40p 안으로 수렴됐을 경우 시장이 본격적인 방향성을 형성했던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날 시장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618,000원을 붕괴시키지 않고 추가 상승하여 지수를 선도해 준다면 시장은 한 단계 레벨업이 가능한 상황인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하락 반전된다면 금일로써 단기 고점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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