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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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글렌 허버드(50·사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이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2005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30인' 중 한명인 허버드 학장이 지난 달 말 한국을 방문했다. 올 가을 홍콩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 지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총동문회를 국내 동문에 홍보하는 것이 방한 목적이었다.
그는 "지난 세기 자본주의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 인도 등 빈곤국도 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착한 경영(Doing good)과 돈 버는 것(Doing well)은 둘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의 생산성 증대 정책을 칭찬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내세운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즉, 무담보소액대출 활성화에 대해선 "경제 발전엔 중간 규모 금융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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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고갈과 지역갈등, 양극화 문제 등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자본주의는 아주 유연성이 높습니다. 200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내 동료, 에드먼트 펠퍼스 교수(컬럼비아대)는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기업가적 역동성을 짚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기반한 국부의 창출은 그 혜택을 전 세계적으로 안겨줬습니다. 지난 세기 가장 큰 성과는 인도와 중국이 시장 경제에 편입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가장 빈곤한 나라도 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칼럼 내용도 아프리카를 위한 '마셜플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인도·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이 부상하면서 대량소비·환경오염 같은 문제가 전 지구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과연 이러한 상황은 현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활동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면서 많은 발전도 있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 그 예죠. 미국 같은 나라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은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제 동료 교수 중 한 명인 제프 힐은 세계은행에 관련 보고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역시 ‘사회적 기업’이나 ‘지속가능한 개발’ ‘지속가능한 경영’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고령화' 문제를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체제가 고령화 딜레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고령화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문제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중국·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지예산을 책임있게 지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게 없는 사람도 의료복지 혜택을 받습니다만, 이게 과연 납세자의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생산성 향상 역시 뒤따라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풍부한 생산성이 국방은 물론 보건·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를 가능케 해주니까요.
-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나 사회책임경영(Socially Responsible Management)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려는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착한 경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Doing Well by Doing Good)'는 전략인데요,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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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과를 내는 것(Doing Well)과 착하게 경영하는 것(Doing Good)은 둘 다 가능합니다. 사회책임과 수익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주주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회에 대한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컬럼비아 MBA 역시 현재 사회책임과 수익 사이의 균형을 달성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사회책임투자자나 일부 연금투자자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나 티베트 등 비민주화된 지역에서는 여전히 약탈적 개발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선한 자본가’, ‘선한 기업’의 힘이 ‘비민주적 정치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비민주적 정치체제 극복에) 투자자들의 역할이 그다지 크게 부각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 방법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법치주의,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할 제도입니다.
미국에선 '새천년도전계획(Millennium change accoun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국가에 대한 원조를 늘리는 대신 필요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개별적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감정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변화를 유도하는 국가의 빈곤층을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치국가 건설 등) 더 근본적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양극화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지난 2006년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빈곤’과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고치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요?
▶훌륭한 질문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입니다. 사회주의적 제도가 아닙니다. 그라민은행도 수익(Return)을 추구합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도 자본주의 발전의 한 부분입니다.
펠퍼스 교수가 말한 경제적 역동주의(Dynamism)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건,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소규모금융이나 대규모 금융이 아니라 중간 규모 금융(Middle size financing)입니다.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건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나 금융입니다. 빌 덕 교수(컬럼비아대)와 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중간 규모 금융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카라과 같은 나라에서도 중간 규모 금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자본주의 전체(Whole Story)를 다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경제 성장에서 생산성 향상과 중간 규모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1950년 이후 가나와 한국의 운명을 가른 요인도 거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파이낸셜타임스에 마셜 플랜 관련 칼럼을 썼던 것입니다. 전 1958년에 태어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한국의 생활수준 차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지요. 여기에 중간 규모 금융과 기업가 정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상업은행과 모험자본시장(Risk Capital market)의 발달이 필요합니다. 모험자본이란 부유한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기관을 포함한 것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만으로는 다음 한국이 탄생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포함해서 국제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지금 한국의 신행정부는 생산성 증대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이자 접근입니다. 이미 경제에 영향을 미친 서브프라임 사태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옳다고 봅니다.
↑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매년 신입생을 받을 때마다 높은 역량과 다양한 배경, 리더로 성장하려는 의지 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제·기업·사회 어느 부문에서든 리더가 되라', 또 하나는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보는 능력을 길러라'라는 것입니다.
<정리= 이경숙ㆍ황국상 기자>
글렌 허버드는 누구? "세계적 금융인..美FRB의장 단골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