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영으로 돈 벌 수 있다"

대담=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2008.04.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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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br>
ⓒ최용민 기자↑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는 20여 년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아프리카는 파멸의 위험에 처해있다. 전후 유럽의 부흥을 가능케 한 '마셜 플랜'은 대규모 외자 투입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아프리카판 마셜플랜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 7월 글렌 허버드(50·사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이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스스로를 '보수적 경제학자'라고 평하는 그의 시선은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시장경제 논리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 탓일까.

2005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30인' 중 한명인 허버드 학장이 지난 달 말 한국을 방문했다. 올 가을 홍콩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 지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총동문회를 국내 동문에 홍보하는 것이 방한 목적이었다.



그는 하루 남짓한 일정을 쪼개 머니투데이와 만나 '새로운 자본주의, 새로운 기업의 길'을 논했다.

그는 "지난 세기 자본주의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 인도 등 빈곤국도 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착한 경영(Doing good)과 돈 버는 것(Doing well)은 둘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의 생산성 증대 정책을 칭찬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내세운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즉, 무담보소액대출 활성화에 대해선 "경제 발전엔 중간 규모 금융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자원고갈과 지역갈등, 양극화 문제 등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자본주의는 아주 유연성이 높습니다. 200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내 동료, 에드먼트 펠퍼스 교수(컬럼비아대)는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기업가적 역동성을 짚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기반한 국부의 창출은 그 혜택을 전 세계적으로 안겨줬습니다. 지난 세기 가장 큰 성과는 인도와 중국이 시장 경제에 편입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가장 빈곤한 나라도 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칼럼 내용도 아프리카를 위한 '마셜플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인도·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이 부상하면서 대량소비·환경오염 같은 문제가 전 지구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과연 이러한 상황은 현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활동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면서 많은 발전도 있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 그 예죠. 미국 같은 나라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은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제 동료 교수 중 한 명인 제프 힐은 세계은행에 관련 보고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역시 ‘사회적 기업’이나 ‘지속가능한 개발’ ‘지속가능한 경영’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고령화' 문제를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체제가 고령화 딜레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고령화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문제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중국·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지예산을 책임있게 지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게 없는 사람도 의료복지 혜택을 받습니다만, 이게 과연 납세자의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생산성 향상 역시 뒤따라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풍부한 생산성이 국방은 물론 보건·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를 가능케 해주니까요.

-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나 사회책임경영(Socially Responsible Management)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려는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착한 경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Doing Well by Doing Good)'는 전략인데요,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br>
ⓒ최용민 기자↑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좋은 지적입니다. 요새 아주 좋게 평가할 만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에서는 물론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최고의 경영대학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비즈 리더들이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Doing Well)과 착하게 경영하는 것(Doing Good)은 둘 다 가능합니다. 사회책임과 수익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주주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회에 대한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컬럼비아 MBA 역시 현재 사회책임과 수익 사이의 균형을 달성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사회책임투자자나 일부 연금투자자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나 티베트 등 비민주화된 지역에서는 여전히 약탈적 개발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선한 자본가’, ‘선한 기업’의 힘이 ‘비민주적 정치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비민주적 정치체제 극복에) 투자자들의 역할이 그다지 크게 부각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 방법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법치주의,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할 제도입니다.

미국에선 '새천년도전계획(Millennium change accoun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국가에 대한 원조를 늘리는 대신 필요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개별적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감정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변화를 유도하는 국가의 빈곤층을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치국가 건설 등) 더 근본적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양극화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지난 2006년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빈곤’과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고치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요?

▶훌륭한 질문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입니다. 사회주의적 제도가 아닙니다. 그라민은행도 수익(Return)을 추구합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도 자본주의 발전의 한 부분입니다.

펠퍼스 교수가 말한 경제적 역동주의(Dynamism)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건,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소규모금융이나 대규모 금융이 아니라 중간 규모 금융(Middle size financing)입니다.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건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나 금융입니다. 빌 덕 교수(컬럼비아대)와 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중간 규모 금융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카라과 같은 나라에서도 중간 규모 금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자본주의 전체(Whole Story)를 다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경제 성장에서 생산성 향상과 중간 규모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1950년 이후 가나와 한국의 운명을 가른 요인도 거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파이낸셜타임스에 마셜 플랜 관련 칼럼을 썼던 것입니다. 전 1958년에 태어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한국의 생활수준 차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지요. 여기에 중간 규모 금융과 기업가 정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상업은행과 모험자본시장(Risk Capital market)의 발달이 필요합니다. 모험자본이란 부유한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기관을 포함한 것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만으로는 다음 한국이 탄생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포함해서 국제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지금 한국의 신행정부는 생산성 증대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이자 접근입니다. 이미 경제에 영향을 미친 서브프라임 사태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옳다고 봅니다.

↑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최용민 기자
-마지막으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교육철학이나 미래 인재상을 소개해주시죠.

▶매년 신입생을 받을 때마다 높은 역량과 다양한 배경, 리더로 성장하려는 의지 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제·기업·사회 어느 부문에서든 리더가 되라', 또 하나는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보는 능력을 길러라'라는 것입니다.
<정리= 이경숙ㆍ황국상 기자>



글렌 허버드는 누구? "세계적 금융인..美FRB의장 단골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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