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주택은 삶이 시작되는 곳인 동시에 다음 세대를 통해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한 인간과 그 가족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셈이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택환경은 IMF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분기점을 지나면서 분양가 자율화를 기반으로 과거 공급자 중심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게 됐다.
이는 물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서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짓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에서 합리적인 평면과 최고급 마감재 등이 요구되는 시대를 지나 브랜드 등 가치 문화의 공유 등 감성이 요구되는 시대가 됐다.
필자는 2000년 경기 수원에 대형 아파트를 준비하면서 일본의 신도시를 벤치마킹해 국내 아파트 시장에 이런 감성적 접근을 시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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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코아일랜드와 다마신도시 등을 둘러본 뒤 보차 분리와 실개천 및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로서의 삶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했다.
아파트 내 커뮤니티란 우리의 주거공간을 단순히 단위 세대 내의 공간에 한정시키지 않고, 공동의 단지로 발전시키며 나아가 도시로 확대해준다.
주거의 이러한 공간적 확장은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그 속에서 영위될 수 있는 삶의 미확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
즉 아파트가 단순 콘크리트 벽이 아닌 삶의 자부심의 공간이자, 나아가 이웃과의 동질적 공감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고객만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주민을 위해 피트니스룸이나 골프연습장, GX룸, 수영장, 회의장 등 웰빙 시설을 제공하고 정기적인 음악회 및 공연 제공, 웹진 및 매거진 발행 등 문화와 예술을 순차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주택 건설업체는 이제 이러한 일차원적 공간 제공이나 일방향의 문화 행사 지원에서 나아가 좀 더 진보적이며 쌍방향인 문화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양한 인간 활동의 바탕이 되는 물리적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생겨나는 관계를 예측해 새로운 사회 집단을 형성해줘야 한다.
예컨대 건설회사가 아파트 계약 시점부터 입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단지 내 시설을 연계하여 커뮤니티를 조직적으로 육성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입주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입주 이전부터 이웃사촌으로서 함께 생활을 공유하도록 지원한다.
앞으로 주거는 문화적 생활의 영위와 공동체성의 발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가, 어떤 시설을 접목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며, 이러한 선택에 앞서 주택 건설업체는 입주민이 아파트에 거주함으로써 얻는 삶의 풍요로움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택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큰 나침반이 바로 문화라는 코드임을 인식하고 삶의 공간으로서 주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집이라는 공간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아파트 속 주거 문화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