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도차량, 세계로 간다"

창원= 진상현 기자 2008.03.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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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국내 시장 어려움 딛고 세계 시장으로

"일정을 조금 조정하겠습니다. 아일랜드로 갈 디젤동차 한번 보고 가시죠."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찾은 지난 26일 밤. 다음날 본격적인 현장방문 일정을 앞두고 숙소로 향하던 버스가 멈춰섰다.

버스에서 내려 공장으로 들어서자 미끈한 철도차량 한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노랑과 청록색이 조화를 이룬 세련된 색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일랜드 디젤동차 외관.↑아일랜드 디젤동차 외관.


"이쁘게 잘 빠졌죠. 아일랜드 현지 반응도 매우 좋습니다." 회사 관계자의 말에서 자부심과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아일랜드로 갈 차량 옆에 약간 다른 모양의 철도차량이 보였다. 물어보니 이란에서 수주를 받은 차량이라고 한다.

"국가마다 수출하는 모델이 다릅니다. 이란으로 가는 차량이 약간 더 저렴하지요."



현대로템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알고보면 우리 생활과 매우 친숙한 회사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전철, 지하철 등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철도차량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 1999년 7월 철도차량 사업을 하던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3사가 정부 빅딜 1호로 합병하면서 단일 회사로 태어났다. 철도사업 외에 프레스 설비, 제철설비, 환경사업 설비 등 플랜트 사업과 전차 등 방위산업도 현대로템이 영위하는 사업분야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현대로템의 관심사는 단연 해외진출. 브라질 살바도르 전동차, 터키 오토가르 경전철, 터키 TCDD동차 등등. 공장 곳곳에서 세계 각지로 나갈 전동차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대로템의 해외진출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철도차량을 수출한 국가만 세계 6대륙 33개에 달한다. 연간 해외수출 규모도 2001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5배 수준인 4000억원을 넘었다. 해외 수주잔고도 4700억원에서 3배 증가한 1조5000억 원을 초과했다. 올해는 해외 수주잔고가 국내 수주잔고를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현대로템의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측면도 적지 않다. 국내 시장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철도 차량 수요가 크지 않은데다 그나마도 해외 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이미 성숙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속전철을 제외할 경우 수요가 앞으로 6000억~8000억원 선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동차 량당 가격도 해외 시장 평균 가격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성 확보도 그만큼 어렵다.



창원 공장에서 만난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은 "다른 나라들은 도로 교통망의 40% 수준으로 철도망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의장공장 전경↑현대로템 의장공장 전경
봄바르디아, 알스톰, 지멘스 등 이미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해외업체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마진이 1%만 나와도 좋겠다"며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돈이 되는 사업만 골라서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단 외형을 키우고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철도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현장의 목소리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국가들은 개방을 한다고 하지만 국내 업체들 위주로 수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 자국내에서 역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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