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은 노후 준비에 필수상품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2008.04.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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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은퇴 시점에 목돈과 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목돈 10억원을 한꺼번에 받을 지 혹은 매월 200만원씩 사망할 때까지 받을 지 골라야 한다면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중에 받는 것보다 당장의 목돈을 더 선호한다는 점에서 10억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노후에 목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자칫 상속이나 증여 등의 문제로 가족 사이에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생전 안 해본 사업을 하려다가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다. 만일 치매 병에 걸리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목돈 마련보다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펀드 등 개인연금 상품이 노후 준비에 적합하다. 이들 연금상품은 노후에 생활비를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데다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도 있어 30~40대에겐 이미 '필수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풍요로운 노후 보장 못해
 
과거 서구의 여러 국가들은 국민연금만으로 국민의 노후소득을 어느 정도 보장하려고 시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은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실시를 주장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국가가 책임진다'는 꿈 같은 슬로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보장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치 지도자들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슬로건은 점차 빛을 바랠 수밖에 없었다. 사회보장제도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일부 국민들의 풍조와 늘어나는 수명 등으로 정부의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보완한 3층 보장체계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 필요한 노후자금은 자신의 최종소득이나 근로기간 소득의 70% 정도가 돼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은퇴 전 자신의 평균소득이 월 400만원이었다면 은퇴 이후엔 매월 280만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해야 '불편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은퇴 이후 소득이 지나치게 감소하게 되면 자칫 은퇴 이후의 삶이 불행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자금 중 70~80%가 매월 연금성 자산에서 마련된다면 큰 걱정없는 '당당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평생 연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 은퇴자들은 당장 목돈이 없더라도 별다른 걱정없이 생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주 기초적인 의식주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만을 지급할 뿐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

연금신탁·연금보험·연금펀드 중 선택을
 
개인연금 상품은 연금저축이라고 하는데 은행의 연금신탁과 보험사의 연금보험, 자산운용회사의 연금펀드 등이 있다. 연금신탁이 주로 안정적인 운용을 특징으로 한다면, 연금펀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추구한다. 연금보험은 저축과 보장기능이 혼합된 구조로 사망할 때까지 지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금저축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세금혜택이다. 연금저축은 노후 대비 전용상품이므로 장기간 불입해야 하는데 불입기간이 너무 길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상당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즉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매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세금혜택이 큰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도 있다. 우선 연금저축은 최소한 10년 이상 저축해야 하며 저축금액은 만 55세 이후 일시금이 아닌 5년 이상 연금으로 분할 지급된다. 부득이한 사정 등으로 중도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찾을 경우 기타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그동안 소득공제 받은 세금혜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가입한 다음 5년 내 중도해지하면 기타소득세 과세에 더해 2.2%의 해지가산세가 추가된다. 따라서 소득공제만 바라보고 연말에 가입한 후 다음해 초 해지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노후준비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가입해야 비로소 진가가 발휘된다.
 
각 금융회사별 연금저축 상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은행권 연금신탁은 채권형과 안정형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채권형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채권 및 채권관련 파생상품과 대출 등으로 운용하며 안정형은 자산의 10%까지 주식에 투자한다. 운용실적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게 특징이다. 만일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있다.

매회 1만원 이상 분기당 3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으며 10년 이상 불입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은 적립기간 만료 이후 5년 이상 연 단위로만 받으며 연금은 매달 받는 게 원칙이지만 3개월 6개월 1년 단위 수령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수익률 낮으면 '계약 갈아타기'도 가능
 
보험사의 연금보험의 경우 확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으로 크게 나뉘는 데 확정금리형은 급격하게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게 특징이다. 반면 변동금리형은 시중 실세 금리를 반영해 적용하지만 회사에 따라서 최저 2%를 보장하고 있다. 연금개시 후 일정 기간 연금지급형(10, 15, 20년)과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종신연금형이 있다. 이밖에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는 연금자산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형태로 채권형, 국공채형, 주식형, 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개인연금 상품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원금보장보다는 물과상승률 이상의 수익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물가상승률 이상 수익을 얻지 못하면 향후 받게 되는 연금액의 가치가 떨어져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주가에 따라 성과가 변동하는 주식형이 다소 위험하더라도 상품특성상 매월 일정금액을 일정한 때에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 형태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즉 주가가 오를 때 덜 사고 하락할 때 더 많이 사서 결국 평균매입단가가 낮아지는 적립식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연금저축신탁이나 연금보험과 달리 연금저축펀드는 확정이자형 상품이 아닌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적립식 투자 효과에 따라 어느 정도 위험 관리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원금손실의 위험이 없진 않다. 따라서 적절한 분산 투자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즉 자신의 투자성향 등을 감안해 연금저축펀드 안에서도 주식형과 혼합형 채권형 등으로 적절하게 배분해 투자하거나 연금저축 상품 가운데 신탁, 보험, 펀드 등 상품별로 저축액을 나눠서 투자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나눠 가입하게 되면 시장상황에 따라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
 
이미 가입한 개인연금의 수익률이 너무 낮아 불만이라면 '계약이전'도 검토할 만하다. 계약이전이란 개인연금을 가입했던 금융기관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A은행에서 B은행으로, C은행에서 D증권사 등으로 '개인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이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문의해야 한다. 다른 금융회사 상품으로 갈아타도 소득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경우도 있다.

신탁에서 펀드로, 혹은 펀드에서 보험 등으로 바꿔 탈 때는 각각의 장단점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은행과 보험사는 원금보장이 되는 안정성이 높지만 수익성에서는 뒤떨어진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원금보장은 안 되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준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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