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공정위가 28일 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공정위의 업무보고가 'MB노믹스'(MB의 경제철학)에 맞춰진 것은 당연했다. 보고 내용의 대부분이 '규제 완화'에 할애됐다. 공정위 입장에선 스스로 "업무를 줄이겠다"는 업무보고를 한 셈이다.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는 그룹을 지금의 61개에서 41개로 줄이는 내용도 담았다. 대상 기준을 현행 2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앞으로 자산 또는 매출액이 2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인수·합병(M&A) 때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붙여넣은 게 "직권조사(비신고 사건 조사)와 현장조사를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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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앞으로 내부검토를 충분히 한 뒤 혐의가 분명하고 폐해가 클 때만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조사도 서면조사로는 부족한 경우로만 한정하겠다고 했다. 공정위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자료 뒤지는 것을 기업들이 가장 불편해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이제까지 공정위 역할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질타했다. 직권조사와 현장조사 자제는 이런 이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화답이다. 동시에 공정위 입장에서는 일종의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심증만 있을 땐 조사 나가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현장조사 나가서 (당초 혐의 발견 못하면) 작은 혐의라도 잡는 것도 안 하겠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심증만 있어도 조사 나갔고 혐의를 못 찾으면 작은 혐의라도 잡아서 문제 삼았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종전에는 혐의를 조사할 때 '어차피 현장조사할 건데 일찍 나가서 현장에서 자료 찾자'는 생각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는 현장조사를 나가기 전에 충분히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장조사에서는 최소한의 자료만 요구해 기업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