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파리전쟁'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4.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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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항공사 유럽 대전 점화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한 차례 전쟁을 치른 바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그룹이 유럽 노선을 둘러싸고 또 다시 전면전에 나섰다. 유럽이라는 커다란 파이를 두고 벌이는 두 그룹의 격전지는 다름 아닌 ‘파리의 하늘’이다.

파리 노선은 유럽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지역으로 유럽 각 지역으로 접근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노선은 연간 40만명이 이용하는 알짜 노선으로 1975년 이후 대한항공이 독점하며 유럽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한불 간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간 복수취항이 가능해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동안 유럽 시장분석에 매진하던 아시아나항공이 3월31일 파리 취항을 선언하고 칼을 빼 들었다. 이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파리 선언’에 대한항공은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로 맞불을 놓으며 두 그룹간의 전면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파리 취항을 포함해 유럽 노선이 런던ㆍ프랑크푸르트 등 3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쌓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파리공략 마케팅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10,390원 ▼150 -1.42%)은 유럽의 거점도시인 파리 취항을 앞두고 전사적인 마케팅 공략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이 파리 노선 취항과 더불어 벌이고 있는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 특가 항공권 판매와 경품 추첨 이벤트, 할인 마일리지 항공권 등이 그것이다.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파리전쟁'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4월1일부터 30일까지 신규 취항하는 파리 노선을 비롯해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일반 판매가격에서 약 4~15% 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 유럽 노선 인터넷 특가 항공권 가격은 '인천-파리 왕복 노선'이 110만5000원, '인천-파리/런던-인천 노선'과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인천 노선'은 117만6500원이다.

같은 기간동안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구매한 탑승객 중 추첨을 통해 유럽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고 파리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유럽 호텔을 7% 할인된 금액에 제공한다. 파리 에어텔(항공권+호텔) 상품을 구입하면 유럽 여행 가이드북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또 아시아나클럽 회원 가운데 6명에게는 1만마일리지로 파리 왕복을 할 수 있는 상품권을 증정하며 이 기간동안 트래블 클래스 항공권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쿠폰을 추첨해 선물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고급기종인 B777-200을 파리 노선에 배정, 유럽시장의 교두보를 파리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한항공 ‘파리 내줄 수 없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파리 노선 공략에 나서자 대한항공도 ‘파리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파리 진출에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대응만큼은 적극적이다.

대한항공 (22,850원 ▼700 -2.97%)은 아시아나항공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성을 무기로 방어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파리노선 투입 기종인 B777-200보다 대형기종인 B747-400을 파리노선에 투입하고 있는데 추가로 대형기종인 A380(8대) 등을 파리 등 장거리 노선에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파리전쟁'
대한항공의 견제는 장거리 노선망 강화 방안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한항공은 유럽 취항 35년을 맞아 인천-뮌헨(6월1일)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유럽 13개 노선을 확보하게 돼 3개 노선만 확보한 아시아나항공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게 됐다.

또 대한항공은 남부 유럽지역에 신규 취항지를 개척하는 한편 스카이팀 유럽회원사를 활용한 코드쉐어(항공사간 좌석공유) 노선을 17개에서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외에도 2010년 도입 예정인 A380 초대형 여객기를 파리 노선에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파리 노선에 맞서 명품화 전략도 진행 중에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파리 수성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여행 안내서와 마일리지 투어 등 소소한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이 3월26일 내놓은 휴대용 여행 안내서인 ‘시티 가이드북 파리편’ 배포 서비스는 이같은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 안내서에는 파리 추천 호텔 9곳을 비롯 맛집ㆍ쇼핑정보ㆍ박물관ㆍ카페ㆍ산책코스ㆍ관광명소 등 추천 여행코스가 지도와 함께 소개돼 있다.

게다가 문화ㆍ예술의 도시 파리 수성을 위해 이 노선에 해당 전공의 승무원을 배치시켜 안내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파리 자유여행 7일 상품을 19만마일의 마일리지로 항공에서 숙박까지 해결 할 수 있는 마일리지 투어상품을 내놨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수익성이 떨어진 상파울루 노선을 6월에 부활시키는 한편 아프리카 직항 노선인 남아공 요하네스버스 신규 취항을 추진중에 있다. 대한항공의 6대륙 노선 확대는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 이용 상품짜기 골머리

아시아나항공이 4월부터 취항하는 파리 노선은 여행객이 많은 구간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걱정은 새로 취항하는 파리가 유럽의 중심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상품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파리를 기점으로 유럽 일주를 계획할 경우 유럽의 필수 코스인 런던 여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기 여행을 계획했을 경우는 큰 무리가 없지만 단기 여행에서 런던을 여행일정에 포함할 경우 도버해협을 왕복해야하는데 이 같은 경로로 일정을 짜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게다가 프랑스를 두 번 거쳐야 하는 불리한 일정도 상품 구성에 어려움이 따른다. 유럽 노선이 런던과 파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3곳 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파리를 거쳐 유럽을 일주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런던-인천 노선을 이용해 귀국하는 상품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에펠탑 2회 관광이 불가피하다. 런던으로 가기 위해서는 파리를 거치는 것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런던을 통해 유럽 대륙으로 진입해 프랑크푸르트로 나오는 기존 노선은 경쟁력이 있지만 중간에 낀 신규 파리 노선은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아시아나의 유럽시장 승부수

아시아나항공의 특가 상품은 대한항공의 가격과 비교하면 10~20% 가량 싸지만 이벤트성이기 때문에 5월부터는 본래 요금으로 복귀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간 이후 품질 승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시아나항공이 파리 노선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례로 저가항공사와 연계한 상품을 논스톱으로 준비한다면 돌파구는 있다. 대한항공보다 앞서는 가격 경쟁력에다 지역 항공을 싼 값으로 연결시킨다면 가격으로 승부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노선을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은 아시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시장에서 대한항공과 25%씩을 나눠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국적 항공기의 저가 정책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정책을 쓰는 대한항공에 비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저가 항공사가 접근하기 힘든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렸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 대한항공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일단 유럽시장을 진입을 시도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시장 구조를 지키려는 대한항공의 파리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단거리에서 강세를 보이던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이 장악해 온 장거리 노선 진출을 공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존심 싸움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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