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 이수건설 우회지원 왜?

더벨 강종구 기자, 김용관 기자 2008.03.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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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그룹 구조조정]④건설, 배당금 일부 미지급..보증채무 원금 갚아줄 판

이 기사는 03월27일(17: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수화학 (8,420원 ▼20 -0.24%)이 보증을 선 빚을 대지급해야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수건설의 자금사정상 우선주를 되사는 것은 물론이고 배당금을 제때 지급할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수건설은 2006년부터 주주들에게 약속한 배당금 일부를 지급하지 못했다.

2005년에 이수건설이 지급한 배당금은 약 16억원 수준. 하지만 장부상회사 유칼립투스를 상대로 29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하면서 2006년 지급한 배당금은 4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우선주에 할당된 금액은 34억여원(중간 및 기말 배당). 하지만 보통주 주주들은 9억7000만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 2005년 결산때 15억7388만원을 배당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지급된 것은 6억원 뿐이었다.

2006년말 현재 미지급배당금은 26억9382만원이다. 약 17억원은 당해년도 우선주 중간 배당금, 9억7000만원은 2005년도 보통주 기말 배당금이다.

지난해 지급했어야 할 배당금은 크게 늘었다. 기존 미지급금(26억9382만원) 외에 2006년 결산당시 기말 배당금(32억9382만원)도 줘야 한다. 만약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면 미지급배당금은 2007년 우선주 중간배당(17억1994만원)을 포함해 지난해말 현재 77억7058억원으로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우선주 배당금은 지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우선주 배당금은 사실상 채권이자나 마찬가지여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우선주를 담보로 보증채를 발행한 유칼립투스 인베스트먼트 홀딩스가 디폴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수건설이 이자 재원을 주지 못하면 보증을 선 이수화학에서 대지급을 해야 한다.

보통주 배당금에선 추가 미지급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금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주주들이 계열사들이기 때문에 사정을 봐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해 이수건설의 사정이 훨씬 나빠진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수화학이 '대지급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증손실을 인식한 것이 그 간접 증거라는 것이다.

이수화학이 보증손실로 계상한 금액 104억원을 놓고 추측도 분분하다. 이수건설이 향후 유칼립투스에 지급해야 할 배당금 34억원에 비해 추정한 보증손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수건설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내서 배당능력을 상실했다고 가정해도 이자 대지급을 위해 104억원을 손실처리한 것은 과다하다"며 "이자가 아니라 원금 대지급에서 발생할 손실을 미리 인식한 걸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수화학의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유칼립투스가 채권 원금을 갚으려면 우선주를 팔아야 하고, 현실적으로 보증을 선 이수화학이 인수할 수 밖에 없다. 우선주를 올해 인수하면 연말에 이수건설의 순자산가치를 따져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증채무에 대해 언제, 얼마를 손실로 인식할지는 감사인과 회사의 판단 사항"이라며 "다만 나중에 문제가 되면 감리를 통해 회계 감독국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화학, 이수건설 우회지원 왜?


우선주 발행당시인 2005년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상됐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수건설의 우선주를 이수화학이 직접 인수하지 않고 중간에 장부상회사를 끼워 넣은 것이나, 금리로 따지면 연율 13%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적용해 주당 발행가가 무려 28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우선주를 발행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주당 28만원은 당시 이수건설의 주당순자산가치 14만원대의 2배에 육박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수화학이 당시 우선주를 직접 떠안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주를 발행한 즉시 거액의 지분법 손실을 인식했어야 했을테고 상장사인 이수화학으로서는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부상회사 유칼립투스가 발행한 보증채를 이수그룹 안에서 소화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이 채권을 산 곳인 '지 라부안 트러스트(Zi labuan Trust)' 역시 조세회피지역인 라부안에 설립된 장부상회사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수건설 우선주를 이수화학이 직접 매입하지 않고 SPC에 보증을 선 것처럼, 이수그룹내 누군가가 역시 SPC를 통해 우선주를 샀을 거란 추측이다.

이수화학 입장에서 더 큰 부담은 채권 만기가 되면 3000만 달러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이수건설 우선주를 인수해야 할 가능성이다. 이수화학의 사정도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단ㆍ장기차입금 등 수단을 총동원해 전년 650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1242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현재 현금은 123억원 정도에 그치고,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791억원(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부채)에 이른다.

이수그룹이 올해 서둘러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것도 결국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수화학은 SK케미칼이 인수한 이수유비케어 (3,980원 ▲20 +0.51%) 지분을 37.99% 보유했었다. IPO를 추진하고 있는 이수앱지스의 지분도 66.62%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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