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500선도 붕괴..'바닥 어딘가' 공포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2008.03.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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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증시 상하이지수가 장중 5% 넘게 급락, 4일 연속 조정받으며 마침내 3400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수가 35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11일 이후 거의 일년만이다. 3500은 심리적인 지지선이었다.

지지선을 잃은 추락에 중국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패닉(공황)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 증시 하락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심리가 팽배하다"며 "상하이지수가 3500선마저 무너지자 떨어질 데 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 증시의 심한 거품을 볼 때 아직 섣불리 매수하기 이르다는 분위기가 짙다"고 전했다.



물가 급등에 따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추가 긴축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티베트 소요 사태가 장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유럽 국가는 개막식에 '보이콧'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수급적으로는 국영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비유통주가 대거 출회되며 증시를 압박했다. 비유통주는 3500선 이탈의 가장 큰 악재로 꼽히고 있다. 기업 실적이 좋지만 이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유통주 물량 급증, 바닥 점치기 어렵다
이날 신화통신은 비유통주(따샤오페이, 大小非)로 인한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샤오페이'는 국유기업이 소유한 비유통주로 2005년 중국 금융당국은 상장기업 총주식의 70%에 해당하는 비유통주를 시장에 풀기로 결정하는 주식개혁을 단행했다.

전체 비유통 주식의 5% 이하 지분 소유자(샤오페이)는 주식개혁 후 1년이 지난 다음에, 5% 이상 지분 소유자(따페이)는 2년이 지난 다음에 비유통 주식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따라 지난해부터 비유통주가 대거 유통주로 탈바꿈해 거래되고 있다.


궈진증권의 천둥 애널리스트는 비유통 주식의 물량이 올 초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특히 샤오페이 유통으로 인한 압박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2, 3, 8월에 비유통주의 유통주 전환물량이 몰려 있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중국 A주에 출회될 비유통주 물량은 2008년 3조111억위안(약 406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30.3% 늘어날 전망이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7조~8조위안 규모가 출회될 예정이다. 지난해 월평균 24조원 물량이 출회했으나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2조원, 54조원이 출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시가 상승할 때 유통물량은 과열을 가라앉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급락하면 수급 악화를 가져와 급락을 부채질한다.

이런 사례는 2005년에도 있었다. 중국 증시는 1999년 5월부터로 상승세를 시작했다. 당시 1100 수준에 머물러 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년 뒤인 2001년 6월 2200선까지 100%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증시는 비유통주 등 수급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2005년 6월 바닥(998)에 이를 때까지 4년 동안 55% 이상 하락했다.

◇위안화 연일 최고가, 핫머니 더욱 기승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은행간 거래기준이 되는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0130위안으로 고시했다. 6위안대로 진입을 목전에 둔 것이다. 위안화는 이로써 달러에 대해 사흘째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재부상한 반면 위안화를 사려는 해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위안화 절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와 인민은행의 금리인상 전망까지 더해지며 최근 '핫머니' 성격의 투기자금까지 중국시장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인 차익에 치중하는 핫머니가 늘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불안요소다. 위안화와 중국 주가 상승을 노리고 집중 베팅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도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상하이 증시가 외부에서 유입된 투기자금 때문에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에 유입되는 정체 불명의 해외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핫머니로 추정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중국의 2월 외환보유액이 1조7000억달러로 늘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순증액 570억달러 중 300억달러의 출처가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2월 외환보유액 증가분은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보다 세배 이상 많은 것이어서 투기자본의 중국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증시와 '따로' 놀던 중국증시가 올들어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도 해외 투기자금의 유입을 뒷받침한다.

신화통신은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은 국내외 투기자금이 은밀하게 'A증시'에 유입됐고 이 자금이 최근 중국 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자금과 관련 약달러와 위안화 절상을 노린 환투기 자금이 적지않게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안화 기록경신이 지속되는데, 환투기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중국 기업 실적 증가는 '예정된 일'
중국 상장기업의 40% 가량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중 86%가 예상보다 높은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해마다 세계 수위권의 실적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증시에 이렇다할 힘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578개로 총 3827억 위안(약 545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대비 38.4%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또 이중 약 130개 기업의 순익이 전년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세에 따라 총 투자액은 전년대비 128.4% 증가한 966억 위안을 기록했다.

티베트 소요 사태, 해결 언제되나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돌발한 티베트 소요 사태도 금융시장에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들이 개막식 불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미국까지 더 많은 개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사태가 올림픽에 지장을 줄 경우 이는 중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티베트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와 외교관들의 티베트 현지 접근을 허용할 것도 요구했다. 중국이 티베트에서 폭력을 자제하고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후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은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와 접촉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달라이 라마가 먼저 독립 움직임을 포기하고 폭력과 범죄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벨기에는 티베트 상황이 악화될 경우 개막식 불참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회도 보이콧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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