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위험 어쩌려고..' 기업어음 급증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3.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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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발행 12조 증가, 회사채 8.4조 순상환

이 기사는 03월27일(15:0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단기부채인 기업어음(CP)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회사채는 오히려 8조원 이상을 갚았다.



어음발행 급증은 은행이 인수하는 사모사채에 신·기보 수수료를 부과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사모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공모사채 보다 편리한 조달수단인 CP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증가도 CP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부 기업들은 사모사채의 메리트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것은 다시 ABCP 발행으로 연결됐다.



한편 기업들은 필요 자금을 대출 등 간접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간접금융과 직접금융 비중은 2003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역전됐다. 기업이 CP를 발행하고 사모사채에 나서자 금융회사의 회사채 투자 규모는 5조원이나 줄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조달규모는 190조4000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금 조달 구조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은행을 대출을 통한 간접금융은 102조2170억원으로 전체 자금조달의 53.7%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42.1%를 차지했던 직접금융은 48조1390억원으로 25.3%로 떨어졌다.
ⓒBOK. the bellⓒBOK. the bell


직접금융에서도 기업의 자금조달은 CP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6년 18.4%(14조7470억원)였던 CP 비중은 2007년 55.0%(26조4960억원)로 확대됐다. 반면 31.9%(25조4640억원)였던 회사채 비중은 -17.5%(-8조4040억원)로 돌아서 4년만에 순상환을 기록했다. CP가 증가하고 회사채가 줄어든 데는 사모사채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동성위험 어쩌려고..' 기업어음 급증
지난해 사모사채는 순상환액은 6조3000억원(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제외한 국내은행, 원화사모사채 기준, 공기업 발행분 포함). 회사채 순상환액의 75.0%를 차지했다. 사모사채가 순상환되자 금융회사의 회사채 투자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금융회사의 회사채 운용규모는 5조2170억원이 줄었다.


자금 조달을 위한 사모사채 유동화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일부 은행 등은 사모사채를 ABS 등으로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ABS나 ACBP로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던 회사채가 특수목적기구나 콘듀잇으로 이전되고 그만큼 은행의 운용자산에서 줄게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의 사모사채를 ABS로 유동화시켰고 다른 은행들도 콘듀잇을 통해 유동화 시켰다.

사모사채가 만기도래하면서 기업들은 CP 시장을 노크했다. 시중은행의 자금난으로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는 등 조달비용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금리가 낮은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ABCP도 가세했다. 금융감독원이 PF ABS의 급증을 막기 위해 ABS 발행 요건을 강화하자 건설사 PF가 ABCP로 이동했다. ABCP는 자산유동화법이 아닌 상법에 근거해 발행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 조달로 집계된다.

다른 사모사채 풍선효과도 CP 발행을 증가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말 하나IB증권이 주선한 '빅팟2007'과 '그랜드팟'의 경우가 그 전형이라는 설명이다. 빅팟2007의 경우 지난 9월말부터 11월까지 총 1조5000억원이 ABCP로 유동화됐다. 기초자산 가운데 8350억원이 사모사채였다.

은행이 사모사채를 인수할 경우 신·기보 수수료 부담해야 하지만 증권사가 인수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없어 사모사채의 메리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태석 자금순환팀장은 "사모사채 규제 이후 CP 발행이 늘었고, 지난해 ABCP 발행이 늘면서 전체적인 CP 발행 증가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운용에서는 단기 및 장기 저축성 예금규모가 2006년 46조8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은행이 고금리로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로 투자처를 바꿨다. 일부 대기업이 회사채 상환에 나선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로 대외채권 운용 규모가 크게 전년대비 2배 가량 증가한 18조6940억원을 기록했다. 김 팀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밥캣 인수 등 굵직굵직한 해외 직접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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