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90%대출공약…한국판 '서브프라임'우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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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현실성 부족한 공약"

한나라당이 26일 중요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집값의 90%까지 대출' 공약이 실효성이 부족한데다 자칫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이 구상하고 있는 가칭 '주택신용부 보금자리론 90'은 주택담보 대출 범위를 집값의 90%까지 확대해 10년 이상 걸리는 내집마련 시기를 앞당기자는 취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확대해 주택담보 대출을 집값의 70%로 늘리고 20%는 주택신용보증으로 채워 집값의 10%만 있으면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대출을 받아 일정규모 이하의 1세대 1주택을 마련한 경우 대출이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도 부여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내집 마련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자가소유율 촉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주택시장 현실과 배치되는 위험한 발상으로 판단된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90%까지 대출을 허용할 경우 부동산값 상승을 막는 주요정책인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제도가 허물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통해 부동산값을 억제하고 있는데, 이 제도로 LTV가 무력화되면 부동산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집값의 90%를 대출받아 집을 구입했을 때 구입자의 이자 및 원금 상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A씨가 4억원짜리 아파트를 집값의 10%인 4000만원만 갖고서 구입했다고 가정하면 보금자리론 평균 이자율(6.9%)을 적용할때 이자만 월 212만원 가량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보금자리론의 평균 대출금액은 집값의 40% 정도인 7600만원이다.



집값의 90%나 되는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갚을 여력이 충분하다면 문제는 없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택신용부 보금자리론 90'을 받은 대출자들의 집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세계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줬다가 터진 것처럼 이 제도를 도입하면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이 금융권 및 정부당국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이런 공약을 발표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사전에 교감이 없었던 사안으로 공약이 발표되고 나서야 알았다. 정부 사이드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눈앞의 총선 표만을 의식한 '날림' 작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 금융권 인사는 "현재도 민간에서 LTV한도 60%와 보증보험 20%를 더해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 있지만 실적이 미미한 것을 보면 90% 대출 주택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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